◇올 시즌 강원FC에서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하는 베테랑 공격수 김은중이 대구FC전에서 멀티골을 쏘아 올리며 활짝 웃었다. 10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구와의 2012년 K-리그 2라운드에서 후반 득점에 성공한 김은중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강원FC
강원FC 공격수 김은중(33)은 소문난 커피 애호가다. 웬만한 바리스타(커피 전문가)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커피에 대한 조예가 깊다. 강원 이적 후 틈이 나면 점찍어둔 커피 전문점에서 깊은 맛을 음미하곤 한다. 하지만 최근 커피 전문점에 가면 마음이 무거워 졌다. 커피 맛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대구FC와의 홈 개막전이자 2012년 K-리그 2라운드를 앞두고 지역 팬들의 기대치가 컸단다. "커피를 마시러 가면 나를 알아본 팬들이 '무조건 골을 넣어 (대구를) 이겨달라'고 부탁을 하더라구요. 축구는 개인의 능력보다 전체 팀이 중요한 법인데, 저 때문에 승리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할까봐 부담이 됐던게 사실이에요."
김은중은 '팬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10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구전에서 멀티골을 폭발시키며 팀에 2대0 완승을 안겼다. 전반 20분에는 후배 오재석이 왼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멋진 다이빙 헤딩슛으로 마무리 했다. 10분 뒤에는 용병 시마다 유스케가 문전 돌파 중 얻어낸 페널티킥 기회에서 상대 골키퍼를 완전히 속이는 깨끗한 오른발골로 관중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지난해 K-리그 개막 후 12경기 연속 무승, 총 30경기에서 단 3승에 그치며 꼴찌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강원은 김은중의 대활약으로 소중한 승점 3을 얻는데 성공했다. 김은중은 전남 드래곤즈와의 K-리그 1라운드에서 침묵하면서 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모두 털어냈다.
김은중이 강원으로 이적할 때만 해도 '이제 끝났다'는 달갑잖은 평가가 뒤따랐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30대 중반을 향해 가면서 체력과 스피드는 나날이 떨어졌다. 제주에 비해 자원과 환경 모두 열악한 강원에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그러나 김상호 강원 감독은 김은중의 경험에 모든 것을 걸었다. 노련미 부족으로 다 잡았던 경기를 번번이 놓쳤던 강원에 김은중이 중심추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적 직후 곧바로 주장 완장을 찬 김은중은 무뚝뚝하면서도 솔선수범하는 낮은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이끌었다. 선수단 사이에서 '아빠'라는 별명도 얻었다. 한 발 먼저 다가선 김은중에 후배들도 빠르게 마음을 열었다. 중국 쿤밍과 제주도를 오가는 전지훈련을 거치면서 김은중 효과가 제대로 발휘됐다. 김 감독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강원은 전남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며 원정 무승부를 거뒀고, 대구전 완승으로 두 경기 연속 무패에 성공했다.
◇김은중은 후반 20분과 30분 각각 헤딩슛과 페널티킥으로 대구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골을 넣은 뒤 서포터스석으로 달려가 세리머니를 하는 김은중.
대활약에도 불구하고 김은중은 스스로 몸을 낮췄다.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준비를 했다. (대구전은) 모두의 승리다." 그는 "내가 선택한 트레이드였다. 주변의 말은 신경쓰지 않았다. 강원은 메리트가 많은 팀"이라며 자신의 결정에 일말의 후회가 없음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처음 강원에 왔을 때는 패배주의가 만연해 있었다. 그러나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모두 동계 훈련을 거치며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을 하며 뭉쳤고, 그것이 오늘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웃음을 머금었다. 후배들이 지어준 '아빠'라는 별명에는 볼멘 소리를 하기도 했다. "(배)효성이가 부주장인데, 얼굴은 나보다 더 아빠 같이 생겼는데 의외로 다정다감하다. 그래서 내가 다른 역할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지난해와는 몰라보게 달라진 강원FC지만, 이제 44경기 중 2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김은중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가 내다보는 앞날은 밝았다. "2010년 제주에서는 밑에서 치고 올라가는 희열을 느꼈다. 강원에서 다시 그것을 느껴보고 싶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