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박지성 프로젝트'를 위한 조건

기사입력 2012-06-17 12:32


김보경(23·세레소 오사카)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말 그대로 '최강희호의 황태자'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잠재력이 폭발했다. 두 경기서 2골2도움을 기록하며 '제2의 박지성'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일각에서는 김보경이 다가오는 여름 내지 연말에 유럽행 꿈을 이룰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활약상과 미래를 생각해 보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일찌감치 유럽에 나가 경험을 익히는 것은 한국 축구에도 큰 도움이 된다. 제2의 박지성, 아니 한국축구의 기둥 김보경으로 크기 위해 꼭 밟아야만 할 무대다.

유비무환이라고 했다. 문제는 없는지, 일찌감치 점검하고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관리 구조를 고민하라

유럽행에 있어 가장 큰 역할은 에이전트가 하게 된다. 현재 김보경은 이반스포츠 소속이다. 이반스포츠는 계약과 이적 등 굵직한 업무를 맡고 있다. 개인 스폰서십과 일정 관리 등 매니지먼트 업무는 자회사 격인 G-스포츠에 전담시키고 있다. 이러한 에이전트, 매니지먼트 계약 분리는 최근들어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업무 이원화의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이런 구조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선수관리와 계약업무가 따로 이루어지다보니, 계약에 있어서 선수를 이해하고 올바르게 이끄는 조언자 역할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국내 대다수 에이전트들이 에이전트 및 매니지먼트 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이유다. 에이전트계의 한 관계자는 "선수 입장에서는 당장은 여러 부분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2007년 이천수의 위건(잉글랜드) 진출이 불발된 것은 계약 이원화로 인한 선수와 에이전트간의 신뢰 상실, 책임소재의 불분명 등이 원인이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향후 10년 간 더 선수 생활을 할 김보경의 입장에서는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인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유럽 커넥션도 살펴봐야 한다. 김보경의 소속사인 이반스포츠는 J-리그쪽에 강점이 있다. 반면 최근들어 유럽진출에 있어서는 큰 소득이 없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미들즈브러에서 한 시즌을 뛴 이동국(33·전북) 의 계약정도가 눈에 띈다.


김보경의 활약과 세레소 오사카와의 연계에 따라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이반스포츠도 김보경의 유럽진출에 대해 나름대로 계획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성과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시점이 됐다.

유럽행, 빅클럽만 찾지 마라

사실 김보경은 지난해 여름 유럽 진출의 꿈을 이룰 수도 있었다. EPL 소속으로 유로파리그 본선을 앞두고 있던 스토크시티와 포르투갈리그의 만년 우승후보 벤피카, 스포르팅 리스본이 관심을 보였다. 벤피카와 리스본은 구단 회장까지 나서 김보경 영입을 추진했다. 세레소 오사카 측은 김보경의 의사를 존중한다면서도 잔류결정을 하면 더 좋은 조건을 보장한다고 했다. 이후 에이전트는 김보경이 '의리를 지키기 위해' 세레소 오사카에 잔류한다고 발표했다.

유럽행을 목표로 두고 있는 김보경에게 과연 이 선택은 옳았던 것일까. 그의 롤모델인 박지성의 예를 보자. J-리그 교토상가에서 활약하던 박지성은 2003년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고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의 PSV에인트호벤에 입단했다. 박지성은 초반 부진을 딛고 실력을 키우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맨유가 발목을 잡혔던 AC밀란(이탈리아)을 상대로 득점포를 터뜨리며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결국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의 구애 속에 맨유에 진출해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에레디비지에는 잉글랜드와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 소위 빅리그에 비해 한 단계 떨어지는 무대다. 하지만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고 겸손한 결단을 내렸기 때문에 맨유 이적이라는 큰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김보경에게 관심을 보였던 여러 팀들도 박지성과 같은 예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가지고 있었다. 김보경을 노렸던 리스본이 2011~2012시즌 유로파리그 4강까지 오른 것을 생각해 보면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결국 상품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김보경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향후 더 좋은 제의를 받을 수도 있다. 이 부분에서는 최근 방한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발언을 참고해 볼 만하다. "아시아 선수가 곧장 빅리그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론 이럴 경우 80~90%는 실패한다. 네덜란드 등 한 단계 아래의 리그에서 경험하고 기량을 쌓아 빅리그로 진출하는 게 성공 확률을 끌어올리는 현명한 방법이다. 설령 빅클럽에 가더라도 뛰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기회를 잡고 싸워 이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입소문도 무시하기 힘들다

상품에 포장을 하는 이유는 더 돋보이기 위해서다. 제품 자체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세련된 포장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구매로 연결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유럽행을 바라보는 김보경이라면 자신을 더욱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보경의 이름은 아시아권에서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했을 뿐이다. 유럽에서는 냉정하게 말해 무명에 가깝다.

김보경은 레바논전을 마치고 출국하기 전 인터뷰에서 "그간 인터뷰를 해 본 경험이 없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하는 것도 처음"이라고 수줍어 했다. '제2의 박지성'이라고 했지만, 그에 걸맞는 홍보작업이 거의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홍보는 매니지먼트의 역할이다.

이와 관련된 소속팀과의 협의도 매끄럽지 않은 것으로 비쳐진다. 통상 J-리그 구단들은 인터뷰 요청을 하면 거의 하루 내에 답변을 준다. 하지만 김보경의 매니지먼트사는 언론의 요청에 시간을 끌다 "구단에서 난색을 표한다"는 말을 전하곤 한다. 하지만 J-리그 1, 2부를 통틀어 선수 인터뷰를 고사하는 구단은 손에 꼽을 정도다. 구단과 매니지먼트사의 관계의 문제이든, 구단의 문제이든, 매니지먼트사의 의지의 문제이든 반드시 해결해야할 숙제다. 스카우트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언론의 평가, 팬들이 인정하는 상품성 등을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적극적인 언론과 포장작업은 '득'이 되면 됐지, 절대 '실'은 아니다.

김보경은 한국 축구의 귀중한 자산이다. 박지성의 뒤를 이어 이청용, 기성용과 더불어 빅클럽으로 갈 차세대 주자라는데 축구계가 공감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멀리 보고 철저히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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