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갇힌 최용수 감독 "화가 많이 났다"

기사입력 2012-06-22 08:06



버스는 1시간 30분동안 멈춰 있었다. 그는 선수들과 밀폐된 공간에 머물렀다. 퇴로는 없었다.

평소 단 한 명의 팬도 소중하다고 여겼다. 일부였지만 구단을 열렬하게 응원하는 '아군'들이 분노했다.

현역 시절부터 승부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시련이었다. 수원전 5연패는 그 또한 용납할 수 없는 결과였다.

버스에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화가 참 많이 났다." 최용수 서울 감독(41)의 첫 마디였다. 화살은 자신을 향했다. 지난해 감독대행에 올라 위기의 팀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그는 올시즌 대행 꼬리표를 뗐다. 정규리그 16경기, FA컵 2경기를 치렀다. 11승4무3패다. 문제는 3패 중 2패가 앙숙인 수원이다. 지난해 한 차례 대전에서 첫 패배의 멍에를 안았다. 일전을 앞둔 그는 승부욕에 불타 있었다. "두 번을 졌기 때문에 더 이상 자존심이 허락을 안한다. 세 번 질 수는 없다." 20일 수원과의 FA컵 16강전 패배는 생각지도 않은 그림이었다. 앞으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영원히 떠나지 않을 악몽이었다.

승리의 여신이 외면했다. 전반 15분 몰리나가 페널티킥을 실축하지 않았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었다. 그는 허공을 바라보면 쓴웃음을 지었다. 전반 40분 김주영의 자책골도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였다. 후반 수차례의 결정적인 기회에도 왠지 모르게 선수들이 서둘렀다. 서울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 서울은 FA컵에서 탈락했지만 K-리그에서는 여전히 순위표 맨꼭대기에 올라있다. 승점 34점(10승4무2패)으로 1위에 포진해 있다. 아쉬움은 컸지만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 정규리그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최 감독은 더 큰 미래를 위해 무거운 한 걸음을 다시 뗐다. 서울은 24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과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17라운드를 치른다.

2, 3위 전북, 수원(이상 승점 33, 골득실차 전북 +18, 수원 +14)과의 승점 차가 불과 1점이다. 서울은 17일 포항전(0대1 패)에 이어 수원전(0대2 패) 패배로 시즌 첫 2연패를 당했다. 분위기 반전이 급선무다.

최 감독은 "경기 후 라커룸에서 흥분한 선수들에게 야단도 쳤다. 버스안에서 나는 물론 선수들도 많은 것을 느꼈다. 아픔은 있었지만 팀이 결속되는 계기가 됐다.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팬들이 다시 웃음을 찾을 수 있도록 팀을 제자리에 돌려놓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연세대 재학시절 스승인 김호곤 감독(61)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울산에는 갚아줘야 할 것이 남았다. 2011년 11월 19일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3위를 차지한 서울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 6위 울산과 만났다. 대다수가 서울의 승리를 예상했다. 결과는 반대였다. 1대3으로 무릎을 꿇고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지난 4월 25일 울산과의 올시즌 첫 대결에서 복수를 꿈꿨다. 하지만 목전에서 실패했다. 2-0으로 리드하다 2골을 내줘 2대2로 비겼다.

선수들도 축구화 끈을 고쳐맸다. 성공의 꽃은 실패의 눈물속에서 핀다. K-리그 막내 사령탑인 '독수리' 최용수가 다시 한번 승부처에 섰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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