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경기 전 팬 서비스 용으로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던져주는 사인볼이 올림픽대표팀 훈련에 등장했다.
일명 '스킬볼'이라 불리는 1호 축구공. 시합구로 사용되는 5호볼보다 한참 작아 손바닥 안에 들어올 정도다. 프로팀은 훈련에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올림픽대표팀 골키퍼 훈련에 이 스킬볼이 대거 등장했으니 시선을 끈것이 당연했다.
김봉수 골키퍼 코치의 아이디어였다. 김 코치는 올림픽 조별예선 첫 상대인 멕시코를 분석하던 중 공격수들의 슈팅 타이밍이 빠르다는 것에 주목했다. 유연성까지 뛰어나 어느 자세에서도 슈팅을 시도하는 남미선수들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했다. 고민의 결과는 스킬볼. 김 코치는 "예전에는 프로에서도 테니스 라켓으로 테니스 공을 쳐주는 훈련을 하곤 했는데 슈팅 타이밍까지 잡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스킬볼을 생각했는데 올림픽대표팀에서는 처음 해보는 훈련"이라고 소개했다.
하루에 30분 넘게 스킬볼을 이용한 훈련이 이어졌다. 넘어지는 타이밍이나 늦거나 스텝이 맞지 않을 수록 "다시"를 외치는 김 코치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올림픽대표팀의 수문장인 정성룡(수원)과 이범영(부산)은 김 코치가 차주는 스킬볼을 막기 위해 비지땀을 흘렸다. 감만으로 공을 막기가 어렵다. 평소보다 눈에 힘을 더 주고 공을 끝까지 봐야한다. 작은 공을 막기 위해 온 몸의 신경이 곤두 서다보니 이들의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7일 파주 NFC에서 1호볼을 이용해 훈련을 하고 있는 김봉수 올림픽대표팀 골키퍼 코치(왼쪽)과 골키퍼 이범영. 파주=하성룡 기자
약 5일 넘게 같은 훈련을 반복했고 효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김 코치는 "처음에는 눈에 익지 않아 반응이 늦었는데 요즘은 반응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다. 멕시코를 상대하기 3일 전까지 이 공을 이용한 훈련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성룡도 "중학교 이후 처음 이 훈련을 해본다. 며칠 하다보니 이젠 공 보이는 눈이 트였다. 집중력이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새로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적응기가 필요한 듯 하다. 김 코치는 "5호공을 찰 때보다 나도 더 집중해야 한다. 훈련을 마치면 너무 힘이 든다"며 웃었다. 그러나 이 훈련법으로 인해 가장 고생하는 이는 따로 있었다. 스킬볼을 찾아 파주 NFC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니는 대표팀 훈련 지원 스태프다. 스킬볼이 골대 그물 구멍보다 작다 보니 그물에 걸리는 법이 없다. 옆 훈련장은 물론이고 주변 숲으로까지 공이 굴러 들어간다. 멀리서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골키퍼들이 공을 막지 못할 때마다 지원 스태프는 땀을 뻘뻘 흘리며 공을 쫓아 뛰어 가기를 수십번 반복했다. 훈련이 끝나면 잃어버린 공이 없나 확인하는게 일이 됐다. 그는 "아직 잃어버린 공은 없다. 이리 저리 뛰어다니느라 힘들어 죽겠다"며 고충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