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김학범, 바짝 긴장한 웨슬리 일깨운 반전 카드는

기사입력 2012-07-11 21:54


강원 공격수 웨슬리(20·브라질)는 김학범 감독(52) 부임 소식이 전해지자 가장 몸을 사린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반 년이 지나도록 강원에서 별달리 보여준 것이 없었다. 팀 적응력은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해 전남 드래곤즈에서 1년 간 활약하면서 한국 축구의 특성은 파악하고 있었기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구단 관계자들도 웨슬리를 보면서 모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활약을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웨슬리는 고전을 거듭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개인기만 믿고 드리블을 남발했다. 찬스 상황에서 더 좋은 자리를 잡고 있던 동료는 안중에도 없었다. 팀 부진까지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웨슬리와 1대1 과외까지 할 정도였던 김상호 전 강원 감독도 고개를 흔들었다.

7월 이적시장이 다가오면서 웨슬리의 거취에도 물음표가 떠올랐다. 김상호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물러난 뒤 지휘봉을 넘겨 받은 것은 K-리그에서 '호랑이 선생님'으로 소문난 김학범 감독이었다. 동료들을 통해 김 감독의 스타일을 접한 웨슬리는 잔뜩 겁을 먹었다. 첫 인상이 좋을 리 만무했다. "(김 감독이) 듣던대로 무섭게 생겼더라. 호랑이 감독 같이 무서운 느낌이었다." 그러나 김학범 감독은 웨슬리를 보며 사람좋은 웃음을 지었다. 웨슬리의 숨통을 터놓았다. 드리블을 좋아하고 스피드와 개인기와 뛰어난 특성을 살리기로 했다. 지시 사항은 간단했다. "그냥 자유롭게, 재밌게 뛰어라."

웨슬리는 '호랑이 선생님'의 믿음에 보답했다. 1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 시티즌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팀의 3대0 완승을 이끌었다. 해트트릭은 자신의 K-리그 첫 기록이자, 올 시즌 리그 통산 5호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웨슬리의 대활약으로 강원은 승점 20이 되면서 리그 꼴찌에서 12위로 4계단을 뛰어 올랐다. 강원이 연승을 기록한 것은 2010년 10월 이후 1년 9개월여 만이다. 강원에서 K-리그 복귀전을 치른 김학범 감독은 성남 사령탑 시절이던 2008년 11월 9일 대구FC전 승리(1대0) 이후 1341일(3년8개월2일)만에 K-리그에서 승리를 맛봤다.

경기 후 웨슬리는 신이 났다. 구단 관계자를 통해 인터뷰를 자청하고 나섰다. 호랑이 앞에서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낸 기쁨이 오죽했을까. "중요한 경기였다. 팀 전체가 열심히 뛰었다. 승리를 거둬 기쁘다." 그 어느 때보다 밝고 힘이 넘치는 웨슬리의 목소리였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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