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PGA 투어 사무국에 "롱퍼터 금지시켜라"

최종수정 2013-05-22 08:16

롱퍼터를 사용한 샘 스니드와 키건 브래들리, 폴 에이징어. 사진=골프닷컴

골프 클럽의 그립을 몸에 붙여 치는 퍼트를 금지하는 규칙이 명문화됐다.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21일(이하 한국시각), 일명 '롱퍼터'를 금지하는 골프 규칙 14-1b를 2016년 1월 1일부터 발효한다고 발표했다. 이 규칙이 적용되면 그립을 몸의 일부분에 접촉한채 사용하는 롱퍼터는 사실상 2016년부터 사용이 금지된다.

한동안 잠잠했던 롱퍼터 논란에 또다시 불을 지핀 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였다. 우즈는 20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사무국에 "한시라도 빨리 롱퍼트를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그동안 꾸준히 롱퍼터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우즈는 "영국왕실골프협회와 미국골프협회가 몸에 퍼터가 닿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규정이 신설된다면 PGA 투어 또한 서둘러 규정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즈는 "퍼터를 몸에 고정하는 것이 경기의 일부가 돼서는 안된다"며 "14개의 골프채를 모두 (몸에 붙이지 않고)휘둘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롱퍼터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미국 골프닷컴에 따르면 샘 스니드(미국)의 '크로케 스타일'이 원조다. 스니드는 우즈도 아직 깨지 못한 통산 82승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한 '골프전설'이다. 1966년 퍼팅 입스(퍼팅 실패에 대한 불안감)가 찾아오자 과감하게 퍼터를 교체했고, 곧바로 PGA챔피언십 6위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왼손은 그립을, 오른손은 샤프트를 잡는 독특한 그립법도 화제가 됐다. USGA는 그러나 1968년부터 이를 위법으로 간주했다. 최근 그립이 위, 아래 2개 달린 퍼터가 다시 생산됐고, 이번에는 USGA승인도 받았다. 1983년 흑인 골퍼의 선구자 찰리 오웬스(미국) 역시 퍼팅 입스를 극복하기 위해 샤프트 두 개를 연결하고 헤드는 작은 접시 모양으로 만든 새로운 스타일의 퍼터를 직접 개발했다. 샤프트 끝이 가슴까지 닿는 지금의 롱퍼터 모양이다. 1986년 시니어투어에서 우승하는 등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오웬스는 몇 년 뒤 "모양이 이상해 인기를 얻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다. 오빌 무디(미국)는 1988년부터 롱퍼터로 바꾸며 시니어투어 퍼팅 부문 선두에 오를 정도로 퍼팅실력이 일취월장해 1989년 US시니어오픈에서 우승했고, 로코 미디에이트(미국)는 1991년 롱퍼터를 앞세워 커티스 스트레인지와의 연장혈투 끝에 PGA투어 생애 첫 우승을 일궈냈다.

2000년대로 넘어와서는 폴 에이징어(미국)가 배꼽에 닿는 벨리퍼터로 하와이언오픈에서 7타 차 완승을 거둔 뒤 "이건 마술"이라고 극찬을 곁들였다. 2003년 비제이 싱(피지)도 벨리퍼터로 시즌 4승을 수확했고, 2009년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는 변형된 벨리퍼터로 마스터스까지 제패했다. 일반 퍼터처럼 그립을 잡으며 배꼽에는 닿지 않을 정도의 길이였다.

지난해 드디어 키건 브래들리(미국)가 등장했다. 벨리퍼터로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최초의 메이저 챔프에 등극했다. 피터 코스티스 CBS 골프전문가 당시 방송을 통해 "퍼팅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예견했고 실제 그렇게 됐다. 같은 해 플레이오프 페덱스컵 최종전에서 빌 하스(미국)는 벨리퍼터로 '1144만달러의 잭팟'을 터뜨렸고, 올해는 심슨까지 가세해 US오픈 정상에 올랐다.

최근 6개의 메이저대회에서는 무려 4명의 선수가 롱퍼터를 사용해 우승했다. 2011년 브래들리의 PGA 챔피언십 우승을 시작으로 2012년 US오픈(웨브 심프슨), 같은 해 브리티시오픈(어니 엘스)에 이어 올해 마스터스의 애덤 스콧(호주)까지 4대 메이저대회를 롱퍼터를 사용한 선수들이 장악했다.

롱퍼터 논란에 이어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조만간 만들어질 것 같은 분위기로 흘러가자 선수들은 알아서 롱퍼터를 놓기 시작했다. PGA 투어 초반 7개 대회에서 롱퍼터 사용률이 지난해에 비해 46%나 줄어들었다. 이번주 배상문(27·캘러웨이)에게 우승컵을 빼앗긴 브래들리처럼 규제에 결사 반대하는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스스로 롱퍼터를 포기하고 있다. 7개 대회에서 롱퍼터를 쓴 선수는 94명. 지난해에는 175명이 썼었다.

시즌 개막전인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는 지난해 7명에서 5명으로 2명밖에 줄지 않았다. 소니오픈에서는 24명에서 21명으로 3명 줄었다. 하지만 휴매너 챌린지에서는 30명에서 18명으로 줄었고,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에선 31명에서 13명으로,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에선 25명에서 11명으로,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에서는 25명에서 10명으로 크게 줄었다. 노던트러스트오픈에서도 지난해 33명에서 16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롱퍼터는 클럽 길이가 40인치(약 101.6㎝) 이상으로 일반 퍼터(33~35인치)보다 길다. 긴 샤프트를 활용해 그립 끝을 신체 일부에 고정하고 스트로크 할 수 있다. 그립을 고정하는 부위와 길이에 따라 배꼽에 대는 벨리 퍼터(40~41인치), 가슴에 대는 브룸스틱 퍼터(46~50인치) 등으로 나뉜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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