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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떻게 뚫나 싶었다. 부산이 구축한 수비 전형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안 보였다. 볼만 잡으면 숨통을 조여오는 압박에 고전하기 일쑤. 그럼에도 강수일과 신광훈이 연이어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포항이 20일 저녁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클래식 16라운드에서 부산을 2-0으로 잡고 선두를 지켰다.
포항 특유의 '돌려놓는 축구'가 되질 않았다. 상대 수비가 접근하기 전에 이미 패스 흐름을 바꾸는 스타일, 즉 도전하는 상대와 직접 맞닥뜨리지 않고 짧은 패스로 땅따먹기 하던 색깔이 죽었다. 패스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좋지 못했던 탓. 좁은 공간에서 볼 잡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부산의 압박에 눌릴 공산이 컸다. 빠르게 전환한 패스가 성공한다고 해도 이원영을 비롯한 부산 수비진과의 일대일 경합에서는 밀렸다. 포항 어린이들이 쉽게 허물 수 없는 연륜, 부산은 안익수 감독 체제가 남긴 유산을 지금까지 누리고 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듯싶었다. 수비 잘하게 만드는 음식을 따로 챙겨 먹는 듯한 느낌은 여전했다.
난세에 영웅으로 올라선 인물은 강수일. 포항은 짧은 패스를 고집하는 대신 타겟을 두고 찍어 차는 방식을 택한다. 김재성이 공간으로 움직이며 상대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압승한 것이 주효했고, 강수일이 세컨볼을 선점한 뒤 침착하게 다음 움직임을 가져간 게 그대로 먹혔다. 조금만 급해도 터치가 길어져 슈팅 각도가 크게 제한될 수 있었던 장면. 강수일은 서두르기보다는 한 템포 주춤하며 이원영이 다리를 뻗을 타이밍을 빼앗았고, 순간 폭발력으로 슈팅의 강도를 살렸다. 선제골이 터진 시점은 후반 13분으로 "상대가 전반에는 타이트하고 70분 이후에 떨어지는 면이 있다"던 황선홍 감독의 말과도 어느 정도는 맞아 떨어졌다.
강수일은 오히려 담담했다. "상승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던 그는 "기본에 충실하려고 한다"며 덧붙였다. 어쩌면 남은 시즌 동안 몇 골을 넣겠다는 수치적인 목표보다도 더 무서운 다짐. 황 감독은 강수일에 대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길게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거들었다. 외국인 선수 없이도, 그리고 이명주를 떠나보내고도 지난해에 버금가는 성적을 내리라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다만 이렇게 터져주는 선수가 있기에 포항이라는 팀의 힘은 쉬이 저물지 않을 전망이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