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K리그에서 가장 핫 한 팀은 단연 제주다.
제주는 K리그팀들이 부진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경기력을 과시했다. 겨우내 수준급 선수들을 더하며 '다크호스' 평가를 받은 제주는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장쑤 쑤닝(중국)과의 첫 경기(0대1)에서 막판 실수로 아쉽게 패한 제주는 1일 감바 오사카와의 원정경기에서 4대1 완승을 거뒀다. 결과도 결과였지만 내용이 완벽했다. 특유의 공격축구는 더욱 날카로와졌고, 수비력도 안정감을 찾았다.
ACL에서 위력을 보이자 제주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졌다. 5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인천과의 개막전이 그 척도다. 인천 관계자는 경기 전부터 "제주가 무서운 팀으로 바뀌었다"고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이기형 인천 감독 역시 제주를 강팀으로 인정하고 전술을 바꿨다. 이 감독은 "제주가 ACL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빌드업 보다는 상대 뒤에 초점을 맞춘 경기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달라진 분위기를 어색해하면서도 자신감은 숨기지 않았다. 조 감독은 "이제 겨우 두 경기를 했다. 다행히 준비한 모습이 잘 나왔을 뿐"이라고 겸손해하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두 경기를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은 분명하다"고 웃었다.
그 자신감은 경기장에 그대로 투영됐다. 어려운 첫 경기지만 제주는 자기만의 공격축구를 선보였다. 인천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마르셀로, 마그노, 황일수 이창민 안현범 등이 고르게 활약한 제주는 이날 무려 20개의 슈팅을 날렸다. 후반 18분 김원일의 크로스를 마그노가 헤딩 결승골로 연결하며 1대0 승리를 거뒀다. 경기력도 경기력이었지만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강한 정신력과 의지다. 사실 제주는 화려하지만 유약한 이미지가 있었다. 조 감독이 부임 후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고, 가장 바꾸고 싶어한 부분이었다. 제주는 인천전 후반 박진포가 퇴장당하는 상황에서도 한번도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똘똘뭉쳐 승점 3점을 더했다. 조 감독도 "역시 선수들이 자신감이 있다보니 흔들리지 않고 있다. 지금처럼 선수단이 잘 융화된다면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장쑤전에서도 19번이나 슈팅을 날렸지만 무득점에 그쳤고, 이날도 단 1골에 머물렀다. 제주가 좋은 경기를 하면 할 수록 상대의 밀집수비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하지만 조 감독은 자신감이 있었다. 그는 "앞으로 더 다양한 루트와 패턴을 찾을 것이다. 세밀함만 갖춘다면 더 좋은 공격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직 초반이지만, 자신감으로 무장한 제주는 순항 중이다.
인천=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현장정보 끝판왕 '마감직전 토토', 웹 서비스 확대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