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라운드 안에서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마치 '성난 사자' 같다. 조금이라도 주심의 판정에 납득이 가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낸다. 2년 전 호주아시안컵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심판들 사이에서 어필을 가장 많이 하는 감독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자신이 대표팀 분위기를 장악하지 못한 데 대한 비난을 충분히 감지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 등 주변인은 슈틸리케 감독에게 위기 상황에서 대표팀 분위기 장악과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쓴소리를 해야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는 후문이다. 협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대표팀 운영과 지도 철학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결국 '악역'은 대표팀 특급소방수로 선임된 정해성 수석코치가 맡게 됐다. 정 코치는 지난 4월 말 A대표팀 코치진 단합대회 때 슈틸리케 감독의 운영 철학을 듣고는 자신이 '악역'을 맡겠다고 자청했다고 한다. 정 수석코치는 이미 오랜 지도자 생활로 선수들과 심리적으로 '밀당(밀고 당기기)'을 할 줄 안다. 이를 통해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카타르전을 앞둔 정 수석코치가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다.
|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국내 축구 팬들이 이미 승리를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이기더라도 내용이 좋아야 한다는 얘기다. 시리아전이 끝난 뒤 대부분의 축구 관계자들이 쏟아낸 얘기 중 공감가는 것이 있었다. "이런 경기력으로 본선에 올라가면 뭘 하겠냐. 경기력이 뒷받침 돼야 본선에 대한 희망도 가질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
물론 모든 게 감독 책임은 아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감독이 와도 대표팀은 변하지 않는다"던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의 쓴소리처럼 선수들도 변해야 한다.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하지만 팬들의 눈은 이미 러시아로 향해 있다. 결과도 결과지만 경기력 향상에 대한 부분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책임이 있다. 비난을 받아도 피해갈 수 없다. 이 부분 역시 슈틸리케 감독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는 "지난 3월 중국 원정에서 패하고, 시리아와 홈 경기에서도 좋지 않은 경기력으로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결과(승리)와 내용(경기력), 슈틸리케 감독이 카타르 원정에서 잡아야 할 두 마리 토끼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