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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더비' 패배 굴욕의 벌칙?…유쾌한 뒷이야기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7-06-06 18:20


부산 사무국장이 착용한 부산 마스코트 '똑디'(왼쪽)가 4일 경남-부천전이 열린 창원축구센터에서 경남 마스코트와 함께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부산 아이파크

K리그 챌린지에서는 부산 아이파크의 추격전이 치열하다.

선두 경남(승점 39)이 더 달아나려고 하면 부산(승점 31)도 승점을 챙기면서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다. 부산은 5일 대전과의 15라운드에서도 2대1로 승리하며 추격의 끈을 놓지 않았다.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이번 대전전은 '부산 레전드' 고(故) 정용환 추모경기를 겸한 데다 종료 직전 극장골 역전승이라 더욱 짜릿했다. 귀중한 승리의 기쁨도 잠시. 부산 김병석 사무국장은 말 못할 고민에 휩싸였다. '다음 경남전 때 마스코트를 입어야 하나.' 고민은 4일 경남-부천의 창원 경기에 '조공 벌칙수행'을 다녀온 뒤 시작됐다.

부산과 경남은 올시즌 '낙동강 더비'를 탄생시키면서 특산물 바치기, 패배팀 마스코트로 상대팀 응원 봉사하기 등 재미난 벌칙을 수행키로 약속했다. 지난 3일 두 번째 맞대결에서 0대1로 패하면서 부산이 먼저 '굴욕'을 겪게 됐다. D데이가 바로 4일 경남-부천전이었다. 김 국장은 축구팬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자고 더비를 만든 만큼 "솔선수범"을 외치며 마스코트 '똑디'를 입겠다고 호기롭게 나섰다. 사실 저녁경기라 선선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이게 웬 날벼락, 4일은 이상 폭염이 엄습한 날이었다. 마스코트 복장의 특성도 미처 계산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부산 마스코트는 커다란 키와 체격의 김 국장에게 스폰지로 만든 쫄바지처럼 꽉 끼었다. 마스코트는 너무 크면 어린이에게 위압감을 줄까봐 공연자의 키가 1m70 정도에 적당하도록 제작되기 때문이었다. 숨쉴 공간도 부족한 '똑디' 복장을 하고 탈까지 뒤집어 쓴 그는 "체험 삶의 현장, 극한직업 체험을 하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마음까지 조공으로 바칠 수는 없는 법. 경남 마스코트 '군함이'와 함께 응원 조공을 하던 김 국장은 마음 속으로는 '부천 이겨라'를 외쳤다. 몸은 경남 응원전을 따르는 척 하면서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던 것. 부천이 경남을 잡아줘야 부산과의 간격이 좁혀지기 때문이다. '배신 응원'이 통했을까. 부천이 1-0으로 앞서며 전반을 마치자 김 국장은 더욱 신바람이 났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전반에 부천을 너무 열심히 응원하느라 지친 그는 후반에 땀을 식히려고 탈을 잠깐 벗었다. 하필 그 사이 경남의 골이 터지더니 2대1 경남의 역전승으로 끝나고 말았다. 경남은 "부산 마스코트 봉사 덕분에 이겼다"고 기뻐했지만, 정작 김 국장은 속으로 "분하다"를 외쳤다고 한다.


부산은 7월 15일 21라운드로 펼쳐지는 경남전에서 복수를 벼르고 있다. 지금 페이스라면 이 맞대결이 1위 향방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마스코트를 입었을 때 경남이 약해진다는 사실을 목격하고 돌아온 김 국장은 그래서 고민이다. 더구나 7월 15일은 요즘 무더위보다 훨씬 가혹할 게 분명하다.

김 국장이 고민만 안고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조공 벌칙'을 통해 깨우친 바가 많아 너무 유쾌했단다. 우선 마스코트 공연자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용역 직원들의 고충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찌나 땀을 흘렸던지 몸무게가 2∼3kg 빠진 것 같다. 마스코트 공연자의 임금을 올려줘도 할 말 없겠다"면서 "음지에서 고생하는 직원들의 '노동의 가치'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마스코트 덕분에 태어나서 모르는 사람(경남 관중)과 가장 많은 사진을 찍기도 했다는 김 국장은 "경남 팬들이 몹시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포츠를 통한 팬 서비스의 소중함도 새삼 느꼈다"고 덧붙였다.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가르침 또 하나 있다. '조금 앞선다고 방심하면 뒤집히는 게 스포츠다.' 이런 경험담을 선수단에 전파한 김 국장은 굴욕의 벌칙수행 사진을 선수들에게 전송했다. "이 꼴 봤지? 다음 더비에서 또 패하면…." 선수들이 파이팅을 자극하는 소득은 덤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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