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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
하지만 올 시즌 그 위상은 종적을 감췄다. 디펜딩챔피언의 지위는 꽃을 피우기도 전에 지고 말았다. 조별리그를 통과한 팀은 제주 딱 한팀에 불과했고, 그나마 8강 진출에 실패했다. 16강에서 K리그가 전멸한 것은 2008년 이후 무려 9년 만이다.
더구나 16강 탈락 후 그라운드를 어지럽힌 제주의 추태는 추락하는 K리그를 상징하는 모습 같아 더 서글펐다. 상대가 아무리 추잡스럽게 나오더라도 넘지말아야 할 마지노선이 있다. 결국 제주는 성적도 잃고, 명예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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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이 11일 막을 내린다. 그러나 한국의 여정은 16강에서 딱 멈춰섰다. 홈이점을 앞세워 8강을 넘어 내심 우승까지 바랐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컸고, 출발도 좋았다. 숱한 화제도 뿌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눈물만 남았다. 20세 이하 선수들은 한국 축구의 미래다. '리틀 태극전사들'의 열정과 땀을 폄하해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과대평가할 수도, 그래서도 안된다.
설익은 자신감은 결국 화로 돌아왔고, 잉글랜드전(0대1 패)에서도, 포르투갈전(1대3 패)에서도 한 번 무너진 성은 복구가 되지 않았다. 일천한 경험 탓으로 돌릴 수 있지만 모자랐던 부분을 먼저 떠올려야 한다. '짧은 스포트라이트'에 취해 현재에 안주하는 순간 한국 축구의 내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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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항저우 뤼청 감독과 최용수 장쑤 쑤닝 감독이 돌아왔다. 신태용 감독은 U-20 월드컵 16강전 탈락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황선홍 FC서울 감독은 올 시즌 성적이 시원찮다.
4명 사령탑 모두 40대 후반의 '은 지도자'들이다. 세상이 또 바뀌어 홍명보-신태용-최용수 감독은 현재 '무직'이고, 황 감독만 소속팀이 있다. 홍 감독의 경우 A대표팀 사령탑을 지냈지만 이들 모두가 '포스트 슈틸리케 시대'를 이끌어가야 할 한국 축구의 간판 지도자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이다. 세상 '인심'이 참 야박하다. 공과는 한쌍이다. 공이 있으면 과가 있다. 인지상정이다. 이들 모두 과보다 공이 훨씬 크다. 하지만 국내의 축구 토양에선 공보다는 과에 집중한다. 긍정 평가보다는 깎아내리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실패없는 명장은 없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세계적인 감독들 모두 그런 과정을 밟고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명장 밑에 약졸 없듯 지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이들에게도 묵직한 애정을 보내줘야 더 큰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댓글 민심'에 휘둘리는 순간 성장 동력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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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한국 축구에 미소가 사라졌다. 한국 축구의 위기,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경고음은 더 요란해졌다.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현안은 역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종착역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은 14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각) 카타르와 2018년 아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 8차전을 치른다.
결전을 앞둔 슈틸리케호는 8일 이라크와 리허설 무대에 올랐다.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다. 결과는 중요치 않다. 하지만 뒷 맛은 개운치 않았다. 득점없이 비기며 분위기 쇄신에 실패했다.
카타르전 역시 '단두대 매치'다. 슈틸리케 감독은 거취가, 한국 축구는 '월드컵 운명'이 걸렸다. 만에 하나 잘못될 경우 월드컵 직행 커트라인인 A조 2위 자리를 내줄 수 있다. 카타르전 후에는 이란(8월 31일), 우즈베키스탄(9월 5일)전이 기다리고 있다.
월드컵 진출 실패는 한국 축구의 시계를 30여년 전으로 되돌려 놓는 꼴이다. 월드컵 진출 실패,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다. 퇴로는 없다. 감독도, 선수들도, 대한축구협회도 정신줄을 단단히 붙들어야 할 시점이다. 한국 축구의 위기를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악'만은 안된다.
모바일 팀장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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