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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사퇴'이용수"기술위원장, 누리는 자리 아닌 책임지는 자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7-06-15 01:47



"내일 기술위에서 정리하려고 했는데…."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은 14일 밤 '사퇴'의 진위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에둘러 답했다.

14일 오후,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전(2대3패) 패배 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한국 축구에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고 했었다. 이 부회장이 언급한 '변화'란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경질뿐 아니라 기술위원장으로서 본인의 거취까지를 포함한 포괄적인 내용이었다.


이 부회장은 일부 팬들의 비난과 달리 감독에게 잘못과 책임을 미루지 않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기술위원장으로 히딩크 '4강 신화'를 이끌었던 이 부회장은 브라질월드컵 직후인 2014년 7월 기술위원장으로 돌아온 후 9월 슈틸리케 감독을 A대표팀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운명공동체로서 동반 책임을 늘 염두에 뒀다. 슈틸리케 감독이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이용수 위원장의 이름도 함께 오르내렸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축구인들은 이구동성 "이 부회장은 자리에 연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사실 지난 1년간 대표팀이 위기론에 휩싸일 때마다 책임을 통감했다. 두어 차례 사의도 표했다. 지난 3월, 최종예선 6차전 중국 원정 0대1 충격패에 이어 7차전 시리아전에서 졸전 끝에 1대0으로 신승한 후, 사의를 표명했지만 반려됐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도 논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카타르 원정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카타르항공편, 이 부회장은 내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눈을 붙이려고 승무원에게 와인을 달라고 했는데 안 주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과도 비행기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했다. 카타르전에서 공중볼을 다투다 손목 골절상을 입은 에이스 손흥민 이야기도 나왔다. "다리가 아니라 팔이니 불행중 다행"이라는 섣부른 위로에 "한국축구에 '다행'이려면, 안 다쳤어야 정말 '다행'이죠"라는 절절한 답이 돌아왔다.

이날 공항 기자회견에서 '변화'를 언급한 직후 '이용수 사퇴' 뉴스가 흘러나왔다. 이 부회장은 "'변화'가 필요하다고만 했는데 어디서 '사퇴'라는 말이 튀어나왔는지…"라며 당혹스러워 했다. "오늘은 '사퇴'라는 말을 안 쓰고 싶어서 '변화'라고 했다. 내일 기술위에서 정리하려고 했는데…"라고 했다.

마음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털어놨다. "사실 '변화'를 준다는 이야기는… 다른 방법이 없지 않나. 사퇴 밖에는…." 슈틸리케호의 승패에 따라 일희일비했던 2년 9개월, 한쪽 가슴에 늘 사표를 품고 다닌 사람처럼 초연했다. "감독은 한경기 한경기에 대한 전략, 승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만 기술위원장은 1-2-3차 예선부터 최종예선, 월드컵 진출까지 큰 그림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책임은 당연히 위원장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감독, 코치가 새로운 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새 장을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당연히 모든 것은 기술위원장이 책임져야 한다. 그런 걸 책임 지라고 위원장 하는 거다. 부귀영화 누리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5일 오후 2시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기술위원회 회의를 개최한다, 이 부회장은 슈틸리케 감독과 운명을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동반 사임이 유력하다.
인천공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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