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기훈(34·수원)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도무지 녹슬지 않는다. 그의 나이도 어느덧 30대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은퇴를 바라볼 시점. 하지만 여전히 뜨겁다. 결정적인 순간 또 '한 건' 했다.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와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서울과의 '슈퍼매치'서 얻었던 무릎 타박상을 말끔히 털어낸 염기훈은 선발출전 했다.
전반 9분이었다. 왼쪽 윙어로 나섰던 염기훈은 쥐도 새도 모르게 오른쪽 측면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전으로 뛰어들던 조나탄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제대로 감겨들어간 공은 조나탄의 머리를 거쳐 대구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염기훈의 올 시즌 4호 도움. 이어 경기 종료 직전 유주안의 쐐기포도 어시스트했다. 시즌 5호 도움이다.
이 도움으로 염기훈은 K리그 새 역사를 썼다. 통산 93호 도움을 기록했다. 이는 K리그 통산 최다 도움 기록이다. 리그 290경기만에 밟은 전인미답의 고지다.
통산 도움 기록은 염기훈의 독주 무대다. 적수가 없다. 통산 도움 2위는 과거 서울에서 활약했던 몰리나다. 그의 기록은 69개. 염기훈과 무려 23개 차이다. 압도적인 차이다. 몰리나 역시 환상적인 왼발을 보유했던 점을 고려하면, 염기훈의 기록은 앞으로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만 같다.
|
도움에 관한 모든 기록을 독차지한 염기훈. 원숙한 경기력도 뽐냈다. 측면 공격수로서 폭발적인 스피드라 할 수는 없다. 나이 탓이다. 하지만 탁월한 볼 키핑으로 파괴력이 있다.
수원은 대구의 거센 압박에 고전했다. 하지만 염기훈이 공을 잡을 때면 숨 쉴 틈을 벌었다.
스스로 골도 터뜨렸다. 후반 35분 문전에서 상대 수비 1명을 등진 채 침착한 오른발 터닝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상대가 왼발 수비에 집중할 것을 내다본 노련한 움직임이었다. 염기훈의 활약 속에 수원은 대구를 3대0으로 완파했다.
브레이크 없는 염기훈의 단독 질주. 어쩌면 팬들은 지금 이순간 한국 축구에 두 번 나오지 않을 희대의 선수를 감상하고 있는지 모른다.
대구=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