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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란]이란전 경제학적 의미, 수백억이 걸려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7-08-30 20:34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그 날'이 밝았다.

31일 이란과의 혈투를 앞둔 신태용호는 결연하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열쇠는 단 한 가지다. '승리' 뿐이다. 무승부와 패배시 한국 축구의 러시아행은 격랑에 휘말리게 된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은 "이란을 이겨야 하는 이유는 이야기하지 않아도 모든 축구 팬과 국민들이 안다"고 말한다.

월드컵 진출 여부가 걸린 중차대한 갈림길. 이란전을 돈으로 따져도 중요성은 천문학적이다. 우선 이란전은 얼마 짜리 경기일까.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대회에 대한 중계권료는 1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연간 250억원 수준이다. 경기수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0경기와 K리그 네 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4경기를 더해 34경기 정도 된다. 한 경기당 중계권료가 7억원 쯤 되는 셈이다.

하지만 대회와 경기의 중요도를 따졌을 때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당 중계권료는 약 10억원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예산도 살펴보자. 올해 예산으로 798억원을 편성한 협회는 A대표팀에 약 20%를 할애하고 있다. 160억원 정도가 투입된다. 올해에는 월드컵 최종예선과 친선경기 등 이미 치러졌거나 예정된 A매치가 6경기다. 한 경기당 27억원 정도 지출하는 셈이다. 경기운영비는 입장수익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보면 이란전은 약 4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미래 가치까지 따진 수치는 아니다. 이 한 경기의 결과에 따라 거센 후폭풍을 맞을 경우까지 고려하면 돈의 단위는 수백억원대로 뛴다. 생각하기도 싫은 월드컵 본선행 좌절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 쪽은 방송사다. 월드컵 본선 중계권료는 1억달러(약 1120억원)로 추산된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도 8강에 진출해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 방송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한국이 없는 월드컵은 자연스럽게 팬들이 관심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광고유치에 빨간불이 들어오게 된다. 방송사는 엄청난 적자를 면하기 힘들다.

협회도 파도에 휩쓸리게 된다. 협회가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후원사는 10개다. 나이키를 비롯해 KEB하나은행, KT, 네이버, 교보생명, 현대자동차, 아시아나항공, 코카콜라, 서울우유, 롯데주류 등 후원사들에게 연간 280~290억원을 받고 있다. 나이키는 별도로 2012년부터 현금 600억원(연간 75억원)과 물품 6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협회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418억원이 후원사의 도움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시 이같은 후원사들이 철수할 수 있다. 다행히 나이키는 2019년까지, KEB하나은행과는 2022년까지 계약이 남아있지만 후원금액이 줄어들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쓰나미'는 계속된다. 예산규모가 줄어들게 되면 협회 직원들의 인원 감축과 급여 동결이 예상된다. 게다가 FA컵, 초중고 대학리그 등 국내 대회 운영비 예산도 대폭 삭감될 수 있다. 이런 저런 후폭풍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러시아행의 분수령이 될 이란전은 수백억원이 걸려있는 역대 가장 중요한 경기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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