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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임)상협이가 대표로 유족들께 애도의 뜻을 표하자." 최만희 부산 사장이 눈물을 훔치며 힘겹게 말했다. 오열하는 유족들 앞에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임상협도, 이정협도 모두 훌쩍 거리며 눈물을 흘렸다. 황망하게 떠나버린 스승의 영정 사진 앞에서 부산 선수들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무 것도 없었다.
갑작스러운 소식, 뒤늦게 정해진 장소 때문에 첫 날 빈소에 찾아온 손님은 많지 않았다. 고인을 아꼈던 한웅수 프로축구연맹 총장과 같은 날 있었던 K리그 클래식 상위스플릿 미디어데이에서 눈물을 훔쳤던 조성환 제주 감독이 일찌감치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후 고인을 기리는 발길은 멈추지 않았다.
가장 분주했던 이는 부산의 사장이자 조 감독의 스승이었던 최만희 사장이었다. 최 사장은 연신 눈물을 훔치며 손님을 맞이했다. 그는 "경남전이 끝나고 아무 말도 안했다. 경기에 진 아픔은 내가 누구보다 잘안다. 기다려주려고 했는데…"고 말을 잇지 못했다. 조 감독의 동료 감독들이 찾아오자 인생 선배로서 다시 한번 건강을 강조, 또 강조했다. 최 사장은 "우승이고, 승격이고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누구보다 힘든 길임을 알기에 자기 스스로 챙겨야 한다"고 했다.
첫 날 가장 오래동안 빈소를 지킨 것은 조 감독의 동기들이었다. 청소년 대표팀부터 함께 했던 최용수 전 서울 감독, 유상철 울산대 감독 등이 일찌감치 빈소를 찾아 자리를 지켰다. 최 감독은 "하루종일 멍하더라. 진호의 빈소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영혼이 맑은 친구였다.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다. 군생활 때부터 톰과 제리라고 불렸다. 그런 친구가 일찍 떠나서 너무 슬프다"고 슬퍼했다. 유 감독도 "불과 몇일 전에 울산대와 부산이 연습경기를 했다. 경남을 무척 이기고 싶어했다"며 "강해 보이는 친구였지만 마음이 여렸다. 혼자서 그 스트레스를 다 감당했을거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더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조 감독이 키워낸 제자들도 서둘러 빈소를 찾았다. 부산 선수들은 물론 대전, 상주 등에서 조 감독이 키워낸 제자들은 하나 같이 충격적인 표정이었다. 저마다 소속팀은 달랐지만 열일을 제치고 양산까지 내려왔다. 조 감독 밑에서 부활한 박준태는 "여름이었다. 감독님이 사모님께 양파즙을 받으셨다. 그때 내가 부진했을때인데, 부르시더니 '준태야 이거 먹고 힘내라'며 반을 떼어주시더라. 그간 잘못했던 일만 생각이나서 더 힘들다"고 눈물을 훔쳤다.
새벽이 될때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K리그 감독들을 비롯해 축구인들 모두 같은 표정이었다. 촉망받는 젊은 지도자이자 누구보다 밝았고, 참 착했던 조 감독을 알기에 한숨만을 내쉬었다. 조 감독은 김해에서 화장한 뒤 일산의 납골당에 안장될 예정이다.
양산=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