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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주, '한국축구'는 꽁꽁 얼어붙었다.
경기 전부터 황선홍 감독의 '팩트' 발언이 분위기를 띄웠다. 선수들도 설전을 주고 받았다. 라이벌전 분위기가 제대로 형성됐다. 양 팀 모두 놓칠 수 없는 경기였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리는 서울과 수원 모두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K리그 최고를 자랑하는 서울과 수원의 서포터스는 일찌감치 남쪽과 북쪽 구역에 자리잡았다. 감탄을 자아내는 그들의 응원은 장관을 이뤘다. 빨강과 파랑의 극명한 대비는 그라운드에 그대로 투영됐다.
황선홍 서울 감독과 서정원 수원 감독은 승부의 포인트로 '허리싸움'을 꼽았다. 전술적 이유도 있지만, 역시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황 감독은 "싸우는 축구를 하겠다"고, 서 감독은 "중원싸움에 맞불을 놓겠다"고 했다. 황 감독은 경고누적으로 나설 수 없는 오스마르 대신 주세종 카드를 꺼냈다. 서 감독은 전문 공격형 미드필드 자리에 이용래를 넣는 '파격'을 택했다. 데얀(서울)과 조나탄(수원)이라는 신구 최고의 K리그 외인도 양 팀의 최전방에 섰다.
수원 첫 골이 '깜짝 활약'의 몫이었다면, 서울의 동점골은 '구관'이 해냈다. 6분 뒤 데얀은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날은 데얀의 K리그 300번째 경기였다. 순수 외인으로 300경기 고지를 밟은 것은 데얀이 처음이었다. 그는 대기록을 자축하듯, 9경기 무득점 행진을 끊는 골을 성공시켰다. 데얀은 이 골로 슈퍼매치 최다득점자(7골)로 등극했다. 역전골도 '슈퍼매치의 사나이'가 터뜨렸다. 29분 윤일록이 주세종의 환상패스를 받아 역전골을 완성시켰다. 윤일록은 올 시즌 슈퍼매치에서만 두 번의 MOM에 선정된 바 있다.
서울의 2-1 리드, 하지만 이대로 끝나면 슈퍼매치가 아니었다. 추가시간 경기는 또 한번 요동쳤다. 김은선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조나탄의 슈팅은 양한빈 골키퍼의 손에 맞고 그대로 서울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는 2대2 무승부로 마무리 됐다. 승점 1점을 나눠 가졌지만 얻은 것은 수원(승점 57)이 더 많았다. 4위를 지킨 수원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 싸움에서 서울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서울(승점 55)은 슈퍼매치 무패행진을 10경기(5승5무)로 늘리는데 만족해야 했다.
경기 종료 후 양 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모든 것을 쏟아부은 선수들은 일어설 힘조차도 없었다. A대표팀에서 가장 보고 싶어했던, 보고 싶어하는 바로 그 모습이었다. 양 팀 팬들은 결과의 희비로 엇갈렸지만, '그래도 재밌었다'는 표정을 숨길 수는 없었다. 온라인 민심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어떤 축구 기사에도 달렸던 '조롱', '비난' 대신 '슈퍼매치 꿀잼!'이라는 칭찬이 댓글을 가득 메웠다. '최고' 보다 더 중요한 '최선', 슈퍼매치가 대표팀에 던진 교훈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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