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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우리가 승리하면 이변이자 실력 아닐까요."
경기 전 박 감독은 "설렌다"고 했다. 이유가 있다. '스승' 최강희 전북 감독과의 대결이었기 때문. 두 사람의 인연, 특별했다. 13년 전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로 한솥밥을 먹었다. 최 감독이 전북 지휘봉을 잡았던 2005년 여름, 당시 선수였던 박 감독과 함께 FA컵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 박 감독은 울산으로 이적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불과 6개월 만에 끝났지만, 우승이라는 기분 좋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스승과 제자이지만, 동시에 적으로 만났다.
반면, 스승 최 감독은 고민이 많았다. FA컵을 비롯해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까지 세 대회를 병행하는 만큼 선수 구성에 애를 먹었다. 최 감독은 "2010년에 K리그, ACL, 리그컵까지 모두 욕심내다 무관에 그쳤다"며 "고민을 많이 했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FA컵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한다. ACL에 나가는 팀들은 어느 순간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된다. 얘를 들어 우리가 ACL 4강에 오르게 되면 9~10월에도 일주일에 두 경기씩 치러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막이 올랐다. 두 팀은 경기 초반부터 팽팽하게 맞섰다. 하지만 선제골은 전북의 몫이었다. 전반 41분 손준호의 슛으로 1-0 리드를 잡았다. 아산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10분 이한샘의 깜짝골로 1-1 균형을 맞췄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펼쳐졌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은 것은 제자였다. 아산은 후반 33분 이한샘의 결승골을 앞세워 2대1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아산=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