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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FA컵 8강전 수원 삼성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열렸다. 전반 3분 수원 데얀이 선취골을 넣고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1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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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얀이 축포를 쏘고 신화용은 신들린 선방쇼로 스승의 복귀전을 자축했다.
수원 삼성이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년 KEB하나은행 FA컵 8강전 제주와의 홈경기서 연장 혈투 끝에 2대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이 최근 사퇴 의사를 밝히고 팀을 떠났다가 이틀전 전격 복귀한 뒤 처음 치른 경기에서 선수들은 짜릿한 승리를 선물했다.
제주는 지난해 16강전에서 수원에 패한 데 이어 2년 연속 '수원성'을 넘지 못했다.
▶조심스럽게, 뜨겁게 시작된 '쎄오' 복귀전
이날 경기 전 수원 라커룸은 몹시 신중한 분위기였다. 최근 사퇴의사를 밝히고 팀을 떠났다가 복귀한 서 감독이 특히 그랬다. 떠난 지 49일 만인 15일 전격 복귀한 그는 이날 제주전이 복귀 무대였다. '서정원 돌아왔는데도 중요 경기에서 졌다'는 소리를 들으면 안되는 상황. 이래저래 부담 백배인 서 감독은 복귀하기까지 경위를 설명했다. 서 감독은 "구단 대표(박찬형 제일기획 부사장)께서 내가 유럽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10일 간격으로 만나자고 하셨다. 요청을 거절할 수는 없어서 만나보면 '사표 수리는 절대 안한다'고 하시며 복귀할 것을 계속 권하셨다"고 말했다. 되레 서 감독은 "팀을 빨리 추스르기 위해서는 신임 감독을 선임하시라"고 조언했지만 박 대표는 서 감독 이상으로 완강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제자인 선수들의 설득 작전에 시달렸다. 선수들은 돌아가며 문자를 보내 감독의 복귀를 간청했다. 서 감독이 출국하기 전날에는 염기훈 신화용 조원희 양상민 등 고참 선수들이 불쑥 집까지 쳐들어왔다. 머리를 식히려고 맏아들이 유학중인 독일로 떠났지만 마음고생은 더 심해졌다. 한국에서 문자 메시지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서 감독은 마음이 흔들렸다. "대표께서 신뢰를 주시는데 계속 외면하는 것도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고, 나만 아프다고 선수들을 나몰라라하는 것도 큰 부담이 됐다"면서 "수원에서 선수 시절부터 감독까지 오랜 기간 몸담아 온 내가 수원 팬들과 이런 식으로 헤어지는 것도 찜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복귀에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서도 "내년까지인 임기를 은근슬쩍 채울 생각은 전혀 없다. 위기를 함께 극복한 뒤 올시즌이 끝나면 깨끗하게 물러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팬들께 당부했다. "남은 시간 선수들과 똘똘 뭉쳐서 최선을 다할테니 너무 비난만 하지 마시고 진심으로 선수들을 응원해주길 바란다." 이런 서 감독의 마음과 통했을까. 서 감독이 그라운드에 입장하자 수원 서포터스는 이례적으로 '서정원'을 연호했다. 관중석 난간에는 서 감독의 대형 사진과 함께 'OH MY HERO SEO(쎄오·서정원의 애칭)'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그의 복귀를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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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FA컵 8강전 수원 삼성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열렸다. 50여일만에 복귀한 수원 서정원 감독을 환영하는 플랜카드 응원이 보이고 있다.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1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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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FA컵 8강전 수원 삼성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열렸다. 50여일만에 복귀한 수원 서정원 감독을 환영하는 플랜카드 응원이 보이고 있다.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1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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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얀 "거 봐, 복귀 축하포 내가 쏜다고 했지?"
외국인 선수 데얀은 서 감독이 15일 수원 클럽하우스에 복귀했을 때 가장 반겼던 선수 중 한 명이다. 올해 초 서 감독의 집요한 구애작전에 수원 입단을 결심한 그는 "서정원 감독 같은 덕장 밑에서 선수생활 황혼기를 보내는 게 행복하다"고 말해왔다. 데얀은 이날 서 감독의 복귀전을 앞두고도 스태프들에게 공약을 했다. "서 감독 복귀전에 내가 축하포를 선물하겠다." '쪽집게 도사' 데얀이다. 올시즌 수원 팀 내 최다 공격포인트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위상에 걸맞게 불과 4분 만에 약속을 지켰다. 이기제의 침투패스를 받은 데얀은 노련하게 수비수를 제친 뒤 대각선 방향으로 왼발 슈팅,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쎄오' 복귀전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후반 8분 임상협의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11분 데얀의 슈팅이 골대를 살짝 빗나가는 등 계속된 찬스에도 마무리가 아쉬웠던 수원은 32분 카운트펀치를 맞았다. 교체 투입된 김성주가 헤딩 슈팅한 것이 골키퍼 신화용의 손을 스치며 골문으로 흘러들었다. 41분 마그노의 결정적인 헤딩을 신화용의 슈퍼세이브로 위기 탈출한 수원은 연장 승부로 접어들었다.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연장 후반 두 팀은 또 장군멍군을 불렀다. 9분에 박기동이 먼저 헤딩골을 성공시키자 제주는 추가시간인 16분 골대맞고 나온 공을 찌아구가 극적으로 마무리했다. 결국 피말리는 승부차기. 승부차기의 신 신화용이 또 떴다. 제주의 첫째 키커 권순형의 슈팅을 슈퍼세이브했다. 이어 데얀이 성공했지만 이기제가 실패하는 바람에 수원에 암운이 드리웠다. 그러자 신화용은 제주 찌아구와 김성주의 슛을 연달아 막는 괴력을 뽐냈다. 3개 연속 선방쇼에 수원은 패할 수가 없었다. 신화용의 이날 눈부신 선방쇼는 전북과의 ACL 8강 2차전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서 감독의 복귀를 설득하기 위해 집까지 찾아갔던 신화용은 서 감독에게 잊을 수 없는 선물을 완성해줬다.
수원=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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