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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강원과 김 감독이 기쁜 건 단순히 많은 골을 넣고, 넉넉한 점수 차이로 승리했기 때문이 아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쏟아진 악재에 좋지 않은 결과를 직감할 수밖에 없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대승이 나왔으니 기쁨이 몇 배였다.
강원은 전반 5분경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캡틴 오범석이 쓰러졌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사인이 벤치에 들어갔고, 강지훈이 교체 투입됐다. 오범석은 오른쪽 햄스트링을 부여잡고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예상대로 강원은 대부분의 선수들을 수비 진영으로 내리고, 제주의 파상 공세를 막아냈다. 하지만 계속 공격하더라도 카운터 펀치를 날리지 못하면 때리는 사람이 지치는 법. 제주는 좋은 찬스 속에서도 결정력이 부족했다. 그러다 역습 한 방에 강원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이 어쩔 수 없이 교체로 들어간 강지훈 앞으로 흘러가는 행운이 따랐다.
마그노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강원. 이번에는 김현욱의 대포알 중거리 슈팅골이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 시작엔 측면에 배치됐던 김현욱이 수적 열세로 중원쪽에서 플레이했는데, 공교롭게도 김현욱이 중원 지역에서 공을 잡았을 때 제주 수비가 와해되며 완벽한 슈팅 찬스가 생겼다.
후반 13분 터진 세 번째골도 예상치 못한 골이었다. 김 감독은 전반 제리치를 조기 교체했다. 수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제리치보다 수비 가담이 좋고, 스피드가 빠른 김지현을 투입했다. 어떻게 보면 수비에 중점을 둔 교체였는데, 그 김지현이 역습 상황에서 혼자 공을 치고 들어가 제주 수비수들을 제쳐내고 기가 막힌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이 골로 승기를 확실히 잡은 강원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제주가 못했다기보다 우리가 운이 좋았던 경기"라고 겸손하게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내 통제권을 벗어난 상황들이 종종 발생하는데, 우리 선수들이 빠르게 안정을 찾아줬다.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패스를 해주며 찬스를 만들어줬다"고 경기를 돌이켰다.
김 감독은 교체로 투입된 선수들이 골을 연속으로 만들어낸 것에 대해 "원래 우리 주전급 선수들이다.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믿음이 있었다. 이 선수들이 잘해줘 기쁘다"고 했다. 그리고 양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전, 후반 1골씩을 터뜨린 김현욱과 이현식에 대해 "퇴장 후 중앙쪽에서 움직이길 주문했다. 한국영을 축으로 이 세 선수들이 잘 움직여줬다"고 칭찬했다.
강원은 이 승리로 드디어 승점 10점 고지를 밟았다. 단숨에 중위권으로 뛰어올랐다. 27일 잘나가는 대구FC와의 홈경기를 잘 치러낸다면 아래보다 위를 바라보는 팀이 될 수 있다.
제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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