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개막]전술가들의 등장이 반갑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지난 시즌 K리그 최고의 히트상품 중 하나는 '병수볼'이다.

김병수 감독식 전술 게임을 지칭하는 '병수볼'은 점유율과 빌드업을 통한 세밀한 공격축구를 강조한다. 강원은 시즌 초반 김 감독식 전술에 적응하지 못하며 고전했지만, 적응을 마친 중반부터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며 K리그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개막 전만 하더라도 주목받지 못하던 강원은 상위 스플릿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많은 팬들이 강원의 축구에 환호했다. K리그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축구에 열광했다. 비 강원팬들 조차 '병수볼'에 박수를 보냈다. 유럽축구에서 보던 세밀하고, 공격적인 축구에 대한 축구팬들의 갈증이 컸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사실 K리그는 전술적으로는 심심한 리그였다. 천편일률적이었다. 점유율 축구가 유행하면 따라가기 바빴고, 스리백이 인기를 끌면 그대로 쫓아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 팀이든 전술도, 색깔도 비슷했다. 다양성이 떨어지다보니, 재미도 반감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 기류가 바뀌고 있다. 전술을 전면에 내세운,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선봉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김남일 성남 감독과 설기현 경남 감독이다. 올 시즌 K리그 감독직에 오른 김 감독과 설 감독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 중이다. 체력 훈련 보다 전술 훈련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김 감독은 체력 훈련 후 전술 훈련으로 이어지는 루틴에서 벗어나, 전술 훈련을 우선적으로 시행 중이다. 상주에서 전술로 호평을 받았던 정경호 수석코치와 함께 독특한 전술을 준비 중이다.

설 감독은 공격 시 2-3-5로 바뀌는 색다른 전술로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설 감독은 연습 장면이 담긴 노트북을 매순간 들고 다니며, 선수들에게 자신의 전술을 이해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병수 감독도 지난 시즌 이상의 축구를 위해, 또 한번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겨우내 선수단 업그레이드에 성공한 강원은 달라진 전술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에 도전한다.

선수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재밌다', '새롭다'는 반응이 많다. 새로운 전술에 수반되는 새로운 훈련 역시 호평을 받고 있다. 현역 시절 유럽에서 뛰었던 김 감독과 설 감독은 유럽식 훈련법과 시스템을 도입했다. 설 감독은 국내 감독들이 루틴으로 했던 훈련 전 훈시라던지, 경기 전날 훈련 등을 과감하게 폐지했다. 반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있다. 예년만큼 체력 훈련이 진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직 불안해 하는 선수들도 있고, '너무 새로운 전술이 훈련과 달리 정작 실전에서 통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라는 의구심도 있다. 설 감독도 "이런 반응은 당연하다. 나 역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불안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고 털어놨을 정도.

물론 아직 뚜껑은 열리지 않았다. 이들의 새로운 시도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전술가들의 등장으로, 올 시즌 K리그는 한층 풍성해질 전망이다. 선수-감독 같은 인물이 아닌, 병수볼이 그랬던 것처럼, 축구 자체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축구에 덕장, 용장은 많았지만, 지장은 없었다. 사실 축구는 단순하지만, 그 속에서 수많은 지략이 펼쳐진다. 지금까지 K리그는 이 재미를 놓쳤다.

팬들은 '과연 어떤 축구가 펼쳐질까' 하는 새로운 기대감을 앉고 축구장에 갈 수 있게 됐다. 개막을 앞둔 올 시즌, 주목해야 할 재미다.


박찬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