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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K리그 경제공생도 무너졌다.'
단순히 공든 탑이 무너진 허탈감과 무관중 장기화 때문만이 아니다. 향후 관중 입장이 허용되더라도 K리그 경제공동체의 고통 심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당초 프로축구계는 무관중 경기가 5월 말 쯤 풀릴 것으로 기대했다. 시즌 개막(8일)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19 신규 지역감염자 '제로'를 기록하는 등 진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 이태원 클럽발 집단 감염 사태가 확산되면서 온나라가 다시 초비상 상황이다. 초·중·고 순차 등교가 1주일씩 연기되고, 대학 대면수업도 취소되는 등 모든 학사일정이 또 흔들렸다.
관중 입장이 허용된다 한들, 별 기대할 게 없다. 구단 입장에서 '잠재적 고객'이라 할 수 있는 학생들의 학사일정이 덩달아 바빠질 시기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경우 6월 중순부터 기말고사에 들어가고, 고교는 뒤늦은 중간고사부터 치러야 한다. 그동안 비대면수업을 하느라 대부분 중간고사 등 교내 평가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기말고사 범위가 훨씬 넓어져 시험 준비·응시 기간도 늘어질 수밖에 없다.
스포츠를 즐기고 싶은 마음의 여유도 없다. 부모들 역시 이태원 사태에 따른 공포감 가중으로 인해 다중이용시설을 꺼릴 우려가 크다. 프로스포츠에서 특수기간이라 할 수 있는 여름방학도 비대면수업 장기화로 인해 단축 운영될 전망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문을 열었지만 오는 손님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경제 침체로 인한 수입 감소에 허덕이는 마당에 재정난 가중은 불보듯 뻔하다. 구단만 고통받는 게 아니다. 구단과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이벤트 외주업체, 경기용역회사는 물론 아르바이생까지 연쇄 고통을 받게 생겼다.
지난 주말 1라운드 홈 개막전을 치른 울산 현대의 사례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울산 구단은 코로나19가 없는 평상 시즌의 경우 홈경기 1회당 운영비용 지출과 입장수입이 거의 '제로섬'을 이뤘다.
이번에 무관중 개막전을 치르고 보니 운영비용이 평소 대비 1000만원 정도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입장수입은 '제로'다. 무관중이라지만 양팀 선수단을 포함해, 미디어·방송중계진을 포함하면 200여명이 경기장을 이용한다. 경기장 내 방역과 외곽 통제를 맡을 인력과 경기장 사용료, 전광판 운영 등에 기본적으로 비용이 들지만 수입은 없으니 적자만 불어나는 구조다.
이른바 '약자'들의 고통은 더 크다. 구단들은 홈경기마다 팬 서비스를 위해 경기장 외부 놀이공간, 푸드트럭 등 각종 이벤트를 함께 실시한다. 영세 외주업체들은 구단 이벤트를 하청받아서 생계를 유지한다. 코로나19로 다른 외부행사도 전면 중단된 상태여서 K리그 무관중으로 인한 타격은 더 크다.
경기장 안전관리를 맡는 경비·경호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경호업체 대표는 "프로농구때 간신히 부도 위기를 넘기고 K리그 개막에 희망을 걸었는데 이제 그 희망마저 자꾸 멀어진다.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청년 아르바이트 일자리도 대폭 감소했다. 울산의 경우 매표소, 주차안내, 출입구 관리 등에 매경기 60여명의 인력을 가동했지만 지난 개막전에서는 40여명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무관중이니 인력 투입할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경제난은 울산만 그런 게 아니라 K리그 구단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홈경기 비용 지출 감소분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인건비다. 그만큼 학비·생활비에 조금이라도 보태려고 했던 학생·청년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면서 "'이태원'이 아니었다면 그 고통이나마 줄일 수 있었을텐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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