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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또 살렸다."
학습효과의 교훈이 새삼 강조된 것은 23일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3라운드 상주-광주전에서 발생한 사고 때문이다.
후반 37분 광주 공격수 김효기가 상대 페널티박스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를 하다가 상주 골키퍼 황병근과 충돌한 뒤 머리부터 떨어지며 의식을 잃었다. 이후 조지음 주심과 동료 선수들의 응급처치가 빛을 발했다. 주심은 빠른 상황 판단으로 경기를 중단시킨 뒤 의료진을 불렀고, 김창수 등 선수들은 김효기의 혀가 말려들어가지 않도록 기도 확보를 하고 몸을 주물렀다.
다행히 깨어난 김효기는 의식을 잃었던 탓에 충돌 전후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지만 다른 큰 부상은 없는 것으로 1차 진단을 받았다.
2018년 11월 2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2 승강 준PO 대전-광주전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있었다. 광주 미드필더 이승모가 전반 3분 공격 전개 도중 공중볼을 커버하기 위해 높이 뛰어올랐다가 상대 선수의 어깨 얹힌 뒤 바닥으로 그대로 떨어졌다. 이승모가 미동도 못한 것을 재빨리 알아챈 광주 트레이너들이 황급히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이승모는 4분여 만에 의식을 회복한 뒤 병원으로 후송됐다. 공교롭게도 광주 선수가 연달아 아찔한 경험을 했다.
이들 주요 사례의 공통점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 '비극'이 될 뻔한 일이 '미담'으로 수습됐다는 것이다. 우연이 아니었다. 축구계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학습효과가 빛을 발했기에 가능한 모범사례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1년 신영록(당시 제주)이 경기 중 부정맥으로 의식을 잃은 사고를 겪은 이후 경기장 응급상황 대응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다. 경기가 열릴 때마다 특수 구급차와 의료진, 응급처치 장비 보강 등을 의무화했다. 여기에 눈길을 끄는 게 K리그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CPR(심폐소생술) 교육이었다. "장비나 시스템만 잘 갖추면 뭐하나. 시스템을 운용하는 이는 결국 사람이다. 응급 대응 능력을 익숙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연맹의 설명이다.
그래서 연맹은 스포츠안전재단에 의뢰해 해마다 전 구단 성인팀 및 유스팀 선수와 코칭스태프, 심판진 전원, 연맹·구단 직원을 대상으로 연중 순회 방식으로 CPR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 빠른 상황 판단이 중요한 심판들은 동계 단체훈련 때 필수 과목으로 응급처치 교육을 받도록 한다.
이 덕분에 대부분 축구인들은 CPR 교육이수확인증을 갖고 있다. 이 확인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응급 상황 발생시 선도적으로 나서 119 구급대, 전문 의료진이 도착할 때까지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
연맹은 위기 상황뿐 아니라 어린 선수들의 부상예방·관리를 위해 지난 2019년부터는 새로운 사업으로 'K리그 케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유소년 선수들의 부상방지를 위한 교육, 의료용품 지원 등을 하는 사업이다.
연맹 관계자는 "평소 교육받은 대로 빠르게 위기탈출을 해 준 심판과 선수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제2의 신영록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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