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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안개 취소, FA컵 올인하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0-07-13 15:35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FA컵에 올인하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제주 유나이티드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12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하나원큐 K리그2 2020 10라운드 부천FC전이 짙은 안개로 인해 취소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제주 지역에 내리던 비가 경기 시작 두시간여 전 그쳤는데, 비가 그치니 안개가 찾아왔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최악의 시야에서 축구를 하는 건 무리였다. 안개로 인해 K리그 경기가 취소된 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원래 규정상으로는 취소된 경기는 하루 뒤인 13일 열려야 했다. 하지만 제주는 15일 FA컵 16강전 일정표를 미리 받아든 상황. 홈에서 열리는 경기라 해도, 13일 경기를 하고 하루 쉬고 또 중요한 경기를 하는 건 무리였다. 때문에 부천과의 합의를 통해 경기 일정을 추후 잡는 것으로 했다.

사실 부천전이 취소가 되지 않았다면 제주에는 고난의 한 주가 될 뻔 했다. 부천전은 매우 중요했다. 리그 상위권 싸움에 분수령이 될 경기였고, 또 연고지 이전 문제로 인해 부천과는 새로운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지켜보는 팬들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사흘 뒤 FA컵을 신경쓸 겨를 없이 100% 전력을 가동해야 했다. 실제 경기 전 발표된 베스트11도 최정예 멤버였다.

여기에 FA컵 경기를 치르고 나서는 또 이틀밖에 못쉬고 서울 이랜드와 리그 11라운드 경기를 치러야 했다. 이랜드도 정정용 감독의 지휘 아래 상대하기 힘든 팀으로 변신했다. 여기에 이랜드전은 서울 원정. 3경기 모두를 총력으로 싸우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사실상 절반은 포기하는 경기가 나올 뻔 했다.

하지만 부천천이 하늘의 뜻으로 취소돼, 제주는 홀가분하게 FA컵과 주말 이랜드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이 두 경기 일정도 만만치 않지만, 어찌됐든 부천전까지 치렀다고 생각한다면 한결 수월한 일정이다.

제주의 FA컵 16강전 상대는 수원 삼성이다. K리그1에 속한 명문 구단이지만,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아 상승세인 제주 입장에서는 충분히 싸워볼만한 상대다. 제주는 FA컵을 소홀히 대할 수 없다. K리그1 승격도 중요하지만, 만약 FA컵 우승을 차지한다면 단숨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물론 FA컵 우승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16강 고비를 넘어도 8강, 4강, 결승 문턱을 넘어야 한다. 특히 올시즌 FA컵은 16강 중 15팀이 K리그1, 2팀들이다. K3나 내셔널리그팀들 중 살아남은 팀은 경주한수원축구단 뿐이다. 사실 경주도 32강전에서 유일하게 프로팀을 상대하지 않아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그러나 토너먼트 단판 승부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특히, 제주도 지난해까지 K리그1에서 상위권 전력으로 인정받았고 강등 후에도 팀 전력을 알차게 보강하는 등 충분히 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

과연 부천전 안개 취소가 제주의 FA컵 16강전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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