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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정조국 "선수로 못가본 월드컵, 지도자로 가겠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0-12-10 05:00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지도자로 월드컵 무대에 나가보고 싶다."

K리그를 호령했던 공격수 정조국(36)이 그라운드를 떠나는 소감을 밝혔다.

정조국은 9일 서울 광화문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2003년 안양 LG(FC서울 전신)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정조국은 올해 제주 유나이티드에서의 생활을 마지막으로 18년 프로 생활을 마감했다.

2003년 12골을 터뜨리며 신인상을 수상, 화려한 출발을 알린 정조국은 이후 안산경찰청, 광주FC, 강원FC를 거쳐 제주의 K리그1 승격에 공헌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392경기 출전, 121골 29도움을 기록했다. K리그1에서 2번, K리그2에서 1번, 그리고 리그컵에서 2번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6년에는 광주 소속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며 MVP, 득점왕, 베스트11을 싹쓸이했다.

2011년 프랑스 오세르로 옮겨 두 시즌 동안 해외 무대를 경험하기도 했다.

마이크 앞에 앉은 정조국은 "많은 추억과 아픔이 있는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저와 함께 했던 팀 동료, 선후배, 지도자분들께 감사하다. 축구 선수 정조국은 떠나지만, 지도자 정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조국은 은퇴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하다 결정했다. 지금 당장도 '조금 더 할까'라는 생각을 한다. 내려놓는 게 정말 어렵다. 다음 단계를 밟기 위해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인 것 같다. 제주가 K리그2에서 우승했기에 박수 받으면서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조국은 이어 "아직 은퇴는 실감이 안난다. 내년 1월 월급이 안들어오면 실감이 날 것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정조국은 K리그에서는 모든 걸 이룬 선수지만 유독 국가대표팀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는 "국가대표로 월드컵에 나가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 대표팀에 뽑힐 만 하면 부상을 했다. 대표팀 감독님이 경기장에 오시면 경기를 망쳤다. 자만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내 가장 큰 꿈은 선수로 나가지 못한 월드컵을 지도자로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지도자로서 국가대표팀 감독이 돼 월드컵 무대에 나가보고 싶다는 큰 꿈을 밝힌 것.


정조국은 많은 동료들이 은퇴 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사람 일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내 개인적인 성향과 예능은 안맞다. 방송에 출연하면 지도자로 가는 길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감독은 카리스마, 무게감이 있어야 하는데 (방송에 나가면)가볍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지도자를 왜 하느냐고 물어보셨는데, 나에게는 재미있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정조국은 배우 김성은과 결혼해 인지도가 있고, 3명의 자녀를 두고 있어 육아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할 가능성도 충분했다. 정조국은 아내에 대해 "너무 힘들다고 하니 그만 두라고 하더라. 내가 은퇴하니 가장 아쉬워하는 건 아내다. 축구 선수 정조국을 가장 사랑했던 아내가 정말 아쉬워했다. 내 결정을 이해해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정조국은 프랑스에서의 2년에 대해 "당시로서는 최선이었다. 꿈이 유럽 진출이었다. 프랑스에서 못뛰어봤다면 정말 크게 후회했을 것이다. 지도자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시 그 때로 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화려했던 시즌에 대해서는 "2015년 겨울 광주 이적을 선택했는데 지금 다시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어려울 것 같다. FC서울을 떠나 광주로 이적했다. 결국 잘 풀렸지만, 서울은 내 첫사랑이었다. 그만큼 힘들었다. 당시 아빠는 왜 경기에 안뛰느냐는 아들의 한 마디에 이적을 결심했다. 광주에서 잘못됐다면 오늘 같은 자리는 없었을 것이다. 광주에서 모든 걸 쏟아부었다. 후배들에게 '형은 33세에 MVP 탔다'고 말한다.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정조국은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나는 골을 떠올리며 "K리그 데뷔골이 가장 기억난다. 많은 기대를 받고 프로에 왔는데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10경기 넘게 골을 못넣었다. 부천 SK(제주 전신)전에서 페널티킥 찬스가 왔다. 당시 키커는 마에조노였다. 그런데 내가 차고 싶어 공을 빼앗았다. 그렇게 데뷔골을 넣었다. 그 골이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그 골로 12골까지 넣을 수 있었다. 의미가 있는 골이었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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