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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지난 시즌 K리그에서 가장 인상적 장면을 꼽으라면 포항 골키퍼 강현무의 다이렉트 킥을 일류첸코가 절묘한 드리블 후 곧바로 골로 연결시킨 장면을 꼽을 수 있다.
'충격'적인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한마디로, 많이 웃겼다.
일단 당시 상황을 살펴보자. 2020년 6월13일 K리그 6라운드 포항과 상주의 경기. 상주의 공격 도중, 볼이 강현무 골키퍼 쪽으로 흘렀다. 그대로 전방으로 롱 패스를 했고, 골문으로 쇄도하던 일류첸코의 타이밍가 딱 맞아 떨어졌다.
당시 상황을 생각하던 강현무는 처음에는 진지했다. "PK 지역을 벗어난 곳에서 볼의 바운드가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세게 걷어냈는데, 일류첸코 쪽으로 가더라구요"라고 했다.
기자는 당황했다. '그렇게 말하면 골키퍼로서 킥력과 패싱이 좋다는 얘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너무 솔직한 거 아닌가요'라고 웃자, 인터뷰내내 미소짓던 강현무는 더욱 크게 웃으며 "그럼 말을 조금 각색할까요"라고 되물었다.
다시 한번 확인했다. '혹시 킥을 할 때 조금이라도 일류첸코가 시야에서 보이지 않았어요'라고 묻자, 강현무는 계속 웃으며 "아뇨.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라고 '확신'했다.
강현무는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항상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나치게' 솔직하다.
액션이 많다. '똘끼'가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실제로는 '개그감'이 뛰어나다. 솔직함과 개그감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똘끼'처럼 보인다.
너무 솔직한 또 하나의 에피소드. FA컵 울산과의 승부차기. 역시 축구 팬에게 회자됐던 장면이다.
6번째 키커로 강현무가 나섰다.
강현무는 계속 웃는 얼굴로 "지난 시즌 가장 아쉬웠던 장면이어에요. 무조건 넣을 자신이 있었어요. 감독님에게 차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럼 6번째로 나서라'고 하셨어요"라고 했다. 여기까지는 평범했다.
이후, "땅을 보는데. 휴~ 땅을 봤는데. 100% 자신감이 50%로 뚝 떨어졌어요. 왜 이전 키커들이 실수했는 지 알겠더라구요. 잔디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어요. 잔디를 보는 순간 '내가 실수했구나. 너무 성급했구나. 괜히 찬다고 그래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실축했다. 그의 안타까워하는 리액션은 잔인할 정도로 '화려'했다.
항상 유쾌한 강현무지만, 올 시즌 각오는 대단했다. "2년 간 군대를 미뤘어요.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해외 선수들이 어떻게 공을 차는 지 경험하고 싶었어요. 올 시즌 세밀한 약점을 더욱 가다듬어서 더욱 좋은 골키퍼가 되고 싶어요"라고 했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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