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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이어 여 름까지 떠나다니, 순수 원클럽맨 이제 몇 안 남았네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1-02-08 06:20


◇인천 김광석.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번 K리그 스토브리그에서만 2명이 '원클럽맨 클럽'에서 탈퇴했다.

베테랑 수비수 김광석(37)과 미드필더 여 름(31)이 각각 익숙한 포항 스틸러스와 광주 FC를 떠나 새로운 둥지로 날아갔다. 2003년 포항에서 프로 데뷔해 포항에서만 16시즌(군시절 제외) 활약한 김광석은 지난달 인천 유나이티드로 이적했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광주에서 뛴 여 름은 승격팀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해 발표만을 남겨뒀다.<스포츠조선 2월 5일 단독보도>

'원클럽맨'은 한 명의 '주력 선수'를 넘어 구단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리오넬 메시(33·FC 바르셀로나)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오래 만난 연인과 헤어짐이 쉽지 않듯이, 익숙한 구단 혹은 익숙한 원클럽맨과의 결별은 고통을 수반한다. 그럼에도 김광석과 여 름에겐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다분히 현실적인 문제다.

김광석의 경우, 프로선수답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구단으로 향했다. '더 좋은 조건'이라 함은 보통 연봉이 되겠지만, 백전노장인 김광석에겐 '계약기간'이었다. 포항은 지난시즌 주전 수비수로 맹활약하며 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에 일조한 김광석에게 '1년 계약+전년도 연봉 보전'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김광석의 연봉은 포항 팀내 국내선수 중 세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높은 편이었다. 대다수 팀이 코로나19 시국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형국에 베테랑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 이렇다 할 속내를 밝히지 않던 김광석은 다년계약을 제시한 인천의 오퍼에 포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구단은 서른 초중반이 넘어간 베테랑들과 보통 1년씩 계약을 연장한다. 이동국(은퇴) 염기훈(수원) 박주영(서울) 케이스다. 베테랑 선수들은 연봉도 연봉이지만, 으레 1년보단 2년 이상을 선호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여 름.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광주 주장 여 름은 최근 2년간 광주의 1부 승격과 창단 최초 그룹A 진출을 이끈 활약이 제대로 평가받길 바랐다. 구단은 팀내 최고 수준의 연봉을 제시한 뒤 답을 기다렸다. 그때, 미드필더 보강을 원하는 제주가 연봉 3억원이 넘는 액수를 내밀었다. 김호영 광주 감독이 총 5번 넘게 면담을 갖고 잔류를 설득했으나, 여 름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팬들은 '어떻게 원클럽맨을 떠나보낼 수 있느냐'고 울화통을 터뜨렸지만, '전년도 팀 성적이 좋아 선수들이 연봉 인상을 원해도 부족한 예산 때문에 선수를 잡을 수 없는' 시민구단의 한계 앞에서 광주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최근 3번의 이적시장에선 최소 1명 이상의 원클럽맨이 팀을 떠났다. 지난해 김영욱(전 전남)과 김오규(전 강원)가 제주로 향했다. 공교롭게 제주는 최근 1년 사이에 총 3명의 원클럽맨을 품었다. 한지호는 이번 겨울 부산 아이파크를 떠나 부천 FC로 이적했다. 김광석 여 름 한지호의 이탈로 K리그 내 원클럽맨은 더욱 줄어들었다. 현재까지 국내 이적을 경험해보지 않은 원클럽맨은 최철순(전북) 고요한(서울) 박주영(서울, 유럽팀 제외) 민상기(수원) 김도혁(인천) 정도다.

프로 데뷔한 친정에서 은퇴까지 하는 일이 이렇게 쉽지 않다. 충성심과 헌신만을 요구하는 시대는 지났다. '바르셀로나의 모든 것'이라던 메시조차도 올시즌이 끝나면 캄프누를 떠날거란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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