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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나위 자가격리'안산-서울 연습경기 취소...코로나 시대,K리그의 방역 퍼스트[현장리포트]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1-02-19 18:44


아스나위가 제주 훈련장에서 러닝으로 몸을 풀고 있다.

19일 오후 2시, FC서울과 안산 그리너스의 연습경기가 예정된 제주도 서귀포 강창학축구장. 인도네시아 국대 출신 첫 K리거로 국내외의 뜨거운 이슈가 된 아스나위 때문에 그라운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신태용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이 '원픽'으로 강추한 '국대 풀백' 아스나위는 2월 초 안산에 입성, 14일의 자가격리를 마쳤다. 낮 12시 자가격리 해제 직후 숙소 인근의 인도네시아 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었다. 이날 밤 아스나위는 곧바로 김길식 안산 감독과 동료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튿날 눈발이 휘날리는 제주시 애향운동장, 동료들이 전술 훈련을 하는 동안 아스나위는 나홀로 운동장 트랙을 돌며 몸을 풀었다. 러닝하는 내내 시선은 동료들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라운드를 향한 열망이 감지됐다. 첫 훈련 직후, 안산 훈련캠프로 한 통의 급박한 전화가 걸려왔다. 아스나위가 식당에서 나오던 중 계단에서 마주쳐, 반갑게 사진을 찍은 인도네시아 팬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비보였다. 얼떨결에 확진자와 접촉하게 된 아스나위는 잔디 냄새가 채 가시기도 전 코로나 검사를 받은 직후 즉시 격리조치됐다.

예기치 못한 돌발 악재 속에 안산 그리너스 구단 직원들이 방역 프로토콜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였다. '코리안 드림'을 향해 하루가 급한 아스나위에겐 영문을 알 수 없을 만큼, 잔혹한 시련이다. 14일의 자가격리가 끝난 지 불과 하룻만에 다시 낯선 제주땅에서 재차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연습경기를 위해 준비중인 서울-안산 선수단
공교롭게도 서울과의 연습경기까지 잡혀 있는 상황, 안산 구단은 질병관리센터, 안산 지역 보건소와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으며 대책을 논의했다. 아스나위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내내 선수도, 구단도 노심초사했다. 다행히도 이날 오후 '음성' 판정을 받으며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오후 2시로 예정된 연습경기는 전격 취소됐다.

개막전을 일주일 앞둔 시점, 이 연습경기를 동계훈련 총정리, 마지막 리허설 무대로 삼고 이틀간 컨디션 조절에 힘썼던 FC서울도, 안산 그리너스도 이래저래 아쉽게 됐다. 새 시즌 서울은 나상호, 팔로세비치 등 공격수들을 영입, 캡틴 기성용과 오스마르의 막강 중원라인과 좋은 호흡을 기대하던 차였다. 안산 역시 '승격팀' 수원FC와의 두 번째 연습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하며 사기 충천, 서울전에 거침없이 도전하겠다는 각오였다.

아스나위가 음성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아스나위와 접촉한 선수들의 경우 연습경기를 진행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방역당국의 지침이 있었지만 현장을 찾은 김복식 안산 그리너스 단장과 강명원 FC서울 단장 등 양 구단 관계자들은 고심 끝에 경기 취소를 결정했다. 코로나 시대,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K리그 구단도, 감독도, 선수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했다.

강명원 서울 단장은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리그 개막이 불과 일주일 남은 상황이다. K리그1, K리그2 구성원 모두의 안전을 위해 0.001%의 위험이라도 있다면 절대 무리해선 안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호사다마일까, 대박을 예고하는 액땜일까. 당찬 '인도네시아 풀백' 아스나위가 낯선 제주에서 코로나 돌발 변수로 시련을 맞았다. 3월 3일 두 번째 자가격리를 마친 후에야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 K리그 팬들과의 만남은 3월 중순 이후로 미뤄질 것같다. 안산 관계자는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한국 땅에서 두 번째 격리를 하게 된 아스나위가 너무나 절망한 표정이었다. 격리생활 중 어려움이 없도록 구단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안산 팬들도 아스나위를 많이 응원하고 격려해주시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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