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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김상식 감독(45)은 전북의 '살아있는 역사'다. 2009년 성남 일화(현 성남 FC)에서 전북으로 이적해 2013년 은퇴할 때까지 팀의 중원을 든든히 지키며 전북이 지금의 리딩구단 위상을 얻는 데 일조했다. 은퇴 후에는 최강희 전 감독과 모라이스 전 감독을 코치로 보좌했다. 올해 전북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 감독은 '절친한 후배이자 입단 동기' 이동국(42·은퇴)이 떠난 마당에 '전북 DNA란 게 대체 무엇인지'를 대답할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선수단 멤버다.
올해 전북 클럽 어드바이저로 부임한 '한국축구 레전드' 박지성 위원은 김 감독이 2라운드 제주 원정에서 개막전과 비교해 무려 7명을 바꾸는 파격적인 라인업을 꾸리며 1대1로 비기는 걸 보며 '올해 1호 조언'을 건넸다. '감독님, 다음 홈경기에선 로테이션 조금만 돌리세요.' 김 감독은 "알았다. 그런데 다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 계획이라 함은 '주전급 11~14명이 아니라 1군 전원의 컨디션을 고르게 끌어올리기'였다. 초반에 삐끗할 위험을 감수하면서 차근차근 팀 경기력을 올리려는 김 감독의 '큰 그림'이었다. 이는 최근 3경기 11득점 3연승을 통해 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초반 빡빡한 일정으로 주전급 선수들이 하나둘 부상당하는 시점인데, 전북은 오히려 스쿼드가 강해지고 있다. 백승호 쿠니모토 구스타보 바로우 한교원 최철순 이범영이 인천전 교체명단에 속한 선수들이다.
김 감독은 이처럼 그림을 잘 그리는 지도자로 꼽힌다. 눈앞의 경기만을 바라보지 않고 멀리 내다본다. 그런 면에서 최강희 전 감독과 닮은 구석이 있다. 김 감독이 백승호 쿠니모토를 인천전 교체명단에 포함된 것도 철저한 계획하에 이뤄진 판단이다. 백승호는 수원 삼성과 합의서 논란으로 한달 반 넘게 팀 훈련을 하지 못했다. 지난 3월 30일 전북에 입단해 열흘 남짓 개인훈련과 부분적인 팀 훈련을 진행했을 뿐이다. 쿠니모토는 지난해 11월 울산 현대와의 FA컵 결승 2차전에서 발목 피로골절상을 당해 4개월 넘게 재활했다. 인천전 출전은 다소 이른 감이 있었지만, 김 감독은 "앞으로의 경기를 위해 선수들의 감각을 끌어올릴 필요성" 때문에 이들을 호출했다. 이날 경기도 김 감독이 원하는 구상대로 흘러갔다. 전반 중반 주전급 윙어 한교원과 바로우를 투입해 스코어를 벌린 뒤 후반에 두 미드필더를 투입하기,다. 4-0 스코어로 벌어진 뒤 두 선수를 동시에 투입했다. 결과도 얻고 두 미드필더를 자연스럽게 합류시켰다. 초보감독답지 않은 선수 운영 노하우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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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충분히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전북은 올 여름 더 강해질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겨울 영입 리스트에 있는 선수들 중 다수를 여러 이유로 놓쳤다. 송민규 강상우(이상 포항) 이승우(포르티모넨스) 사살락 하이쁘라콘(부리람) 등이다. 김 감독은 "1, 2, 3번으로 찍었던 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를 데려오고 싶다고 해서 다 데려올 수 있는 건 아니"라며 "지금 있는 선수들이 너무 잘해서 영입하면 안 될 것 같다. 지금 이름을 이야기하면 몸값만 올라갈 수도 있다.(웃음) 영입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여름 국가대표급 윙어 문선민과 권경원이 군 제대 후 합류한다. 권경원은 합류 후 계약기간이 일주일 남는다. 김 감독은 "일주일 동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못 나가게 해야 할 것 같다.(웃음) 선수는 유럽 진출을 원한다. 선수 미래를 생각할 때 막을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아시아권으로 가려고 한다면 전북으로 오는 게 맞다"며 손짓했다.
김 감독은 이 인터뷰에서 '예능인'으로 변신한 이동국에게도 러브콜을 날렸다. "오랜시간 축구만 한 친구라 조금이라도 자기 시간을 가지는 게 좋을 것이다. 앞으로 동국이가 어떤 마음일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전북에 돌아올 거다. 이동국이 구단에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감독으로서 충분히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에겐 다 계획이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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