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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 10일 탄천종합운동장. '직관'한 홈팀 성남 FC팬뿐 아니라 TV로 시청한 축구팬 모두 뮬리치(26·성남)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2m3에 어울리지 않은(?) 빠른 발로 K리그 데뷔 이래 첫 멀티골을 터뜨린 뒤 유니폼 상의를 벗는 세리머니로 경고누적 퇴장을 당하는 '촌극'을 벌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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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에서 전술을 담당하는 정경호 코치가 워낙 틀을 잘 만들어놔 수비수 중 누구 하나가 빠져도 수비 조직력이 흐트러지 않는 것은 성남의 큰 장점이다. 성남이 12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3번의 퇴장 변수 속에서도 최다 클린시트(5회)를 기록 중인 이유일 것이다. 성남은 수비지역 내 클리어링이 155개로 1위, 수비지역 내 태클(성공)이 27개로 3위를 달린다. 수비지역 내 파울이 31회로 가장 많다. 김 감독은 취임 때 부드러운 '빠다볼(버터볼)'을 지향한다고 말했지만, 수비수들은 거침없이 '빠따(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그렇다고 성남이 텐백 전술과 같은 '안티풋볼'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9경기 중 4경기에서 점유율 우위를 점했다. 1라운드 제주, 4라운드 수원 FC, 6라운드 포항 스틸러스, 8라운드 대구전 등이다. 울산에서 임대한 중앙 미드필더 이규성이 중원에서 공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운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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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팀 내부적으론 김남일 2년차를 맞은 올해 응집력이 생겼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동계 때 김 감독과 정 코치는 새로운 빌드업 축구를 팀에 주입하기 위해 애썼다. 체력훈련보단 전술훈련에 집중했다. 시즌 초반 반짝하던 성남은 시간이 흐를수록 힘이 빠졌다. 시즌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극적으로 잔류했다. 평소 코치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고 노력한다는 김 감독은 작년 과오를 발판 삼아 이번 동계때는 체력훈련의 강도를 높였다. 새롭게 느껴진 전술은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지난시즌 잔류를 위해 싸우면서 선수단 내에 '원팀 정신'이 생긴 것 같다고 선수들은 이야기한다. 가끔 개인 성향을 지닌 외국인 선수가 팀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성남이 이번에 영입한 리차드, 뮬리치, 부쉬는 성격이 원만하고 한국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등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적응했다. 리차드와 뮬리치는 동계 때부터 실력으로 동료들의 인정을 받았다. '축구에서 경기력은 결국 분위기'라고 한다. 성남은 1명이 모자란 상태에서도 실점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앞으로 성남의 저실점 행보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당장 18일에는 전주로 떠나 '끝판왕' 전북을 상대해야 한다. 진정한 시험대다. 전북은 9경기에서 22골을 넣는 화공(화끈한 공격)을 자랑한다. 22골 중 20골을 상대 박스 안에서 해결할 정도로 골 집중력이 '어나 더 레벨'이다. 지난해 전북과의 두 번의 리그 맞대결에서 1승 1무를 기록한 성남이 일류첸코를 앞세운 전북을 또 한번 잠재운다면 남은 시즌 운영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탄천에서 고생 꽤나 했던 홍명보 울산 감독은 21일 첫 현대가 더비를 앞두고 후배 김남일이 그렇게 해주길 내심 바랄 것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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