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지난 26일 열린 슈퍼매치 사전 기자회견장에서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박주영은 엔트리에서 아예 빠졌다. '왜 빠졌는지?'. 굳이 박주영이 아닌 주전급 선수가 갑자기 빠졌어도 당연히 나올 질문이었다.
답변은 의외였다. 안 감독은 "특정 선수에 대해 말하는 것은 다른 선수에 대한 존중이 아니다"면서 "같은 생각으로 (경기에)임해야 한다고 판단해서…, 그런 부분에서 주영이도 공감한다. 특수성을 보고 얘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모호한 답변에 '몸상태에 이상이 있느냐'는 추가 질문이 나오자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리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더이상 언급을 피했다.
박주영은 슈퍼매치 개인 최다득점(10골)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산역사'이자 서울의 간판이다. 수원 삼성의 '산역사' 염기훈(38·슈퍼매치 최다 도움 7개)이 출전하지 못했어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던 것과 대조가 됐다.
한데 안 감독의 이런 답변은 또다른 궁금증을 증폭시킬 우려가 컸다. '또다른 궁금증'을 자극하는 이유는 3년 전 사례 때문이다. 박주영이 슈퍼매치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은 2018년 8월 15일 '광복절 슈퍼매치' 이후 처음이다.
당시 서울은 성적 부진 속에 황선홍 감독 사퇴 이후 이을용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그때 박주영은 7월 하순부터 장기간 K리그 명단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박주영의 결장 이유에 대해 몸상태 부족을 언급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박주영은 개인 SNS를 통해 '부상 때문에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다'며 보도 내용을 반박하기도 했다.
이런 3년 전 사례를 떠올리면, '이번에도 말 못할 사정이 발생한 것이냐'는 궁금증이 안 감독의 모호한 화법으로 인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구단 측은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박주영과 동료 선수들을 배려하기 위해서 말을 아끼다보니 표현이 모호해졌다는 것. 구단은 박주영에 대해 박진섭 전 감독 재임 때와 비교하자면 안 감독 부임 이후 오히려 중용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주영은 박 전 감독 재임 동안 K리그 27경기 가운데 총 15경기(풀타임 2경기)에서 895분(평균 52분)을 뛰었다. 안 감독 부임 이후 4경기서는 2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교체되면서 평균 56분을 뛰었다.
특히 안 감독의 박주영 활용법에서 이른바 '퐁당퐁당'이 엿보인다. 노장 격인 박주영의 컨디션을 감안해 한 경기 걸러 출전하는 방식이다. 지난 22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에 출전했던 박주영에게 26일 슈퍼매치는 휴식 타이밍이라는 것.
일종의 '빅픽쳐'를 안 감독이 그리고 있다는 게 구단 설명의 요지다. 안 감독의 모호한 화법이 '빅픽쳐'를 감추기 위한 연막전술이라면 강등위기를 벗어나야 하는 서울엔 금상첨화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재테크 잘하려면? 무료로 보는 금전 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