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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스토리]브라질 특급 히카르도가 FC서울로 오기까지, 전례없는 '춘식이 사가' 풀스토리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2-02-10 12:40 | 최종수정 2022-02-11 06:00


◇얼떨결에 서울 머플러를 들고 사진 찍은 히카르도. 강정훈씨 제공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히카르도. 강정훈씨 제공

[영덕=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해 12월, FC서울의 커뮤니티 '서울라이트'가 히카르도 실바라는 브라질 선수 때문에 시끌시끌해졌다. 요는 이렇다. 서울의 한 팬이 혹시나 싶어 실바에게 SNS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냈더니, 바로 답장이 오더란다. 내용도 구체적이었다. "서울에서 곧 보자"와 같은 식. 사실상 선수가 직접 이적을 발표한 셈이다.

서울 구단이 히카르도(등록명)에 대한 관심을 인정한 뒤 한 달이 넘어 근 두 달이 다 돼가도록 '오피셜'(영입 발표)은 뜨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 팬들은 2년 전 '기성용 사가' 때와는 달리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실바가 한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다. 17년차 서울팬 강정훈씨는 10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즐겼다"고 말했다.

그러던 지난달 29일, 히카르도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강정훈씨는 공항으로 달려갔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만난 히카르도에게 서울 머플러를 선물하고, 사진을 찍었다. 히카르도는 얼떨결에 포즈를 취하고 있더란다. 이 사진은 여러 커뮤니티에 공유되어 사실상의 오피셜로 받아들여졌다. 실바를 픽업하기 위해 마중나온 서울의 한 직원이 이 팬에게 '대체 어떻게 알고 나오셨냐?'고 말하며 놀라워했다는 후문. 8일 경북 영덕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히카르도는 "갑자기 팬이 나타나 조금 놀랐다"고 당시 느꼈던 심경을 전했다.

임팩트 있는 발표를 바랐을 서울 프런트도 팬들이 '북치고 장구까지 친' 일명 '춘식이 사가'를 즐거운 표정으로 지켜봤다. 구단 관계자는 "SNS 시대에 선수들이 팬과 나누는 대화까지 어찌할 도리가 있겠는가"라며 미소지었다. '춘식이'는 SNS 캐릭터 중 하나다. 팬들이 별다른 이유없이 히카르도에게 달아준 별명이 '찐별명'이 됐다.

히카르도는 '춘식이 사가'가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는 얘기에 "그런가. 브라질에 있을 때에도 항상 메시지에 답변을 했다. 조금 더 살갑게 대하는 차원에서 한분 한분에게 답을 드린 것이다. 다만 구단이 서프라이즈 하는 부분에 있어 김이 빠지게 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안익수 감독과 히카르도. 사진(영덕)=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지난시즌 브라질 1부팀 아메리카-MG에서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한 히카르도는 구단의 연장계약 제의를 뿌리치고 K리그행을 택했다. 왜일까. 그는 "한번도 브라질 바깥으로 나가본 적이 없었다. 다른 리그에서 뛰어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 가족과 상의 끝에 서울 이적을 결정하게 됐다. 안익수 감독을 비롯한 팀원, 팬들이 크게 환영해줘서 좋았다. 이제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으로 보답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팀에 가장 늦게 합류한 히카르도는 영덕 전지훈련부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시즌 오스마르, 이한범 이상민 등과 서울의 뒷문을 책임진다. 강정훈씨는 "서울의 팬들이 춘식이형의 K리그 적응기를 너그라운 마음으로 기다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영덕=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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