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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의 퍼기' 탄생 못할 뻔했다?…퍼거슨이 직접 밝힌 '그땐 그랬지'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2-03-28 01:24 | 최종수정 2022-03-28 06:40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그 순간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아마 '맨유의 퍼기'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은 최근 영국공영방송 'BBC'의 '고반 출신의 퍼거슨에게서 배울 점 10가지'란 컨셉의 인터뷰에서 과거 일화를 털어놨다.

이 인터뷰에서 퍼거슨 감독은 가난했던 유년 시절, 축구에 입문한 계기, 맨유 감독이 된 과정 등을 떠올렸다.

퍼기경은 "15살로 기억한다. 아버지 임금 봉투를 열어보니, 7.5파운드(현재환율 약 1만2100원)가 들어있었다. 아버지는 (조선소에서)주에 70시간 이상 일했다"고 말했다.

그가 떠올린 어릴 적 고반(글라스고)의 풍경은 이랬다. 공동 화장실을 쓰고, 신문지를 화장지 대용으로 쓰는 주민들이 있었다. 운좋게 실내 화장실이 있는 집에 살았던 퍼거슨 감독은 '우리가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믿으며 성장했다.

퍼거슨 감독은 집 마당에서 축구공을 차며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학창시절, 롤모델을 만났다. 톰슨 부인이었다. 톰슨 부인은 어린 퍼거슨이 라운더스(야구의 시초)에서 1루 진출만을 노리고 공을 치는 모습을 보며 "다시 그런 짓 하면 피를 볼 줄 알라"고 크게 야단쳤다. 퍼거슨 감독은 그런 톰슨 부인에게 축구선수의 꿈을 처음으로 털어놨다. 그들은 퍼거슨 감독이 선수가 된 뒤로도 연락을 하며 지냈다.

퍼거슨 감독은 14살이 되기까지 몇몇 아마추어 팀에서 뛰었다. 축구화는 친척에게 빌려 신었다. 훈련을 마치고는 돈을 벌어야 했다. 학교 졸업 후 타자기 제조업체인 레밍턴 랜드의 견습생이 됐다. 18세에 점원이 된 퍼거슨 감독은 임금 관련 견습생들의 총파업에 참여했다. 충실한 사회주의자였던 부모의 피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퍼거슨 감독은 세인트존스톤에 입단한 것을 "일생일대의 실수"라고 회상했다. 훈련을 하러 갈 때면 고반과 훈련지인 퍼스를 오가는 악몽과도 통근을 경험했다. 경기 때마다 꾸준한 득점력을 발휘했지만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퍼거슨 감독은 "'불금'을 보내기 위해 외출하기 시작했다. 야망을 잃었던 시기"라고 돌아봤다.


출처=BBC

이즈음, 부친과 사이가 틀어졌다. 이런저런 안 좋은 일이 겹치자, 퍼거슨 감독은 캐나다 이민을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당시엔 영국인들이 대거 캐나다로 이주하는 트렌드가 있었다. 하지만 세인트존스톤 소속으로 레인저스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활약이 퍼거슨 감독의 플랜을 구겼다. 동료는 "이브록스에서 레인저스를 상대로 해트트릭한 건 네가 처음"이라고 말해줬다. 퍼거슨 감독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묘사했다. 4년 뒤, 퍼거슨 감독은 레인저스에 입단했다.

이같이 선수로써 발전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그는 감독 커리어에 대한 고민도 일찍이 시작했다. 레인저스에서 일이 술술 풀리지 않았을 시기, 감독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고향으로 돌아가 공장에 다닐 생각이 없던 퍼거슨 감독이 이십대 초반의 나이부터 지도자 교육을 받기 시작한 배경이다.

퍼거슨 감독은 은퇴 후 에버딘 감독으로 10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이런 퍼거슨 감독의 지도력을 눈여겨본 잉글랜드 클럽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퍼거슨 감독에 따르면, 당시 오퍼를 한 구단은 맨유 말고도 많다. 울버햄턴, 아스널, 토트넘이 덤볐다. 토트넘의 사령탑에 올랐을 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는 "맨유를 어찌 거절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맨유 시절 총 38개의 트로피를 들었다.

퍼거슨 감독은 노동자 계급의 철학을 믿는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는 늘 '훔치치 말라'고 하셨고, 아버지는 '늦지 말아라. 항상 일찍 다니라'고 하셨다. 퍼거슨 감독은 세상의 가치관이 빠르게 변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노동자 계층의 아이들에게 지속해서 이런 조언을 한다고 했다. "기회가 있을 때, 그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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