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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결과뿐 아니라 경기력과 태도 모두 실망스럽다."
하지만 UAE전은 달랐다. 그간 좋았던 모습이 사라졌다. 대신 그간 감춰졌던 '불안요소'들이 노출됐다. 상대 압박에 취약한 모습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반드시 승리해야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는 UAE는 이날 전방 압박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벤투호는 골키퍼부터 중앙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가 차례로 볼을 전개하며 공격에 나섰고, UAE는 이 시발점인 수비라인을 적극 공략했다. 특히 이날 원 볼란치(1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정우영을 물고 늘어졌다.
정우영이 상대 압박에 막혀, 볼 공급에 어려움을 겪자 벤투호의 공격 속도와 정확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이란전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재성(마인츠)이 내려와 함께 볼을 전개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물론 '원톱' 황의조(보르도)까지 3선까지 내려오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그러다보니 무의미한 패스가 늘었다. 이날 이란전과 비교해 패스 갯수(이란전 패스성공 547개, UAE전 패스성공 679개)는 132개 늘었지만, 빅찬스(이란전 빅찬스 5개, UAE전 빅찬스 1개)는 오히려 4개가 줄었다. 중원에서 볼이 잘 돌지 않다보니 공격은 측면에 집중됐다. 이날 한국은 무려 30개의 크로스를 날렸다. 지난 이란전 14개와 비교한다면 배 이상이 늘어난 셈이다.
세트피스에 대한 부분도 고민이다. 벤투호는 이날 무려 16개의 코너킥을 날렸지만, 단 한 차례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슈팅도 거의 없었다. 한국은 이번 최종예선 내내 세트피스로 단 한골도 만들지 못했다. 벤투 감독 역시 "세트피스는 마지막 걱정거리"라고 했다. 우리 보다 한 수위의 상대를 만나는 월드컵 본선에서는 세트피스의 중요성이 커지는만큼 반드시 개선해야 하는 문제다. 여기에 최종예선 내내 무득점에 그친 황의조의 침묵도 끊어야 한다.
벤투 감독은 "UAE전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일종의 '시그널'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잘 이해하지 않으면 향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면 위로 오른 불안요소에 대해 스스로도 경각심을 느끼고 있다는 표시였다. 그래서 최종전 패배는 본선을 앞두고 보약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카타르월드컵 본선이다. 남은 기간,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면 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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