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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한 경기 이겼을 뿐인데….'
2022시즌 자체 한 경기 최다골, 강릉에서의 시즌 마지막 홈경기 승리 외에도 '스토리'가 풍성한 경기였다.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최용수 강원 감독과 남기일 제주 감독의 흥미로운 대결구도. 앞으로 계속 회자되게 생겼다.
두 감독은 지난 2015시즌부터 지금까지 총 10차례 맞붙었는데 최 감독이 6승3무1패로 압도적인 우위다. 이번 10번째 맞대결에서도 강등권의 강원이 2위 도약을 노리는 제주를 이길 것이라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다. 경기 시작 전 "지금 처지에서 내가 어찌 감히 남 감독의 비교 대상이 되겠느냐"고 자세를 낮췄던 최 감독은 '너한테는 질 수 없다'는 듯 4골이나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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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강원은 제주와의 '오렌지 더비(같은 팀컬러 오렌지색 구단의 대결)'에서 최근 11경기 동안 5승5무1패로 새로운 '제주 킬러'였다. 여기에 감독간 대결구도까지 가미되면서 흥미를 더하게 생겼다.
토종 해결사 이정협의 부활포도 빼놓을 수 없는 보너스다. 이정협은 전반 41분 그림같은 다이빙 헤더로 2-0으로 달아나는 골을 만들었다. 12경기 만에 터진 시즌 첫골이다. 이정협은 외국인 선수 디노 이슬라모비치가 부상으로 조기 아웃된 뒤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부상으로 1개월 넘게 공백기를 보내야 했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골을 넣은 뒤 최 감독에게 달려간 이정협은 "골이 늦어 죄송합니다"라고 울먹이며 말했고, 최 감독은 "괜찮다. 축하한다"고 어깨를 다독여줬다. 이정협은 "골을 넣는 순간 평소에 힘내라며 믿고 기다려주신 감독님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며 감사인사를 잊지 않았다.
학수고대했던 이정협의 부활과 더불어 최 감독의 고민도 이번 제주전에서 풀리기 시작했다. 제주와의 경기 전, 최 감독의 소망은 공격라인의 마무리가 살아나는 것이었다. 최근 실점이 급증하며 패한 것도 '앞선 답답증'의 장기화 여파가 컸다는 것. 그랬던 강원 선수들은 '대들보' 김대원이 2골-2도움으로 맹활약 하는 등 상위팀 제주를 상대로 잃었던 공격 자신감을 크게 회복하며 최 감독을 웃게 만들었다.
결국 한 경기 이겼을 뿐이지만 상대가 제주였기에 웃을 일이 더 많았던 강원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