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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ON]'4년의 매직' 벤투 감독, 카타르서 빛 발한 '고집불통' 역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2-11-20 06:30 | 최종수정 2022-11-21 06:01


벤투가 이강인에게 미소를 보냈다. 이강인도 쑥스럽게 웃었다. 도하(카타르)=송정헌 기자

[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고집불통' 이미지가 있다. 선수 선발부터 기용, 전술까지, 그만의 명확한 기준이 있다. 때때로 이 완고함이 너무 세, '불통'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지난 9월 A매치에서 이강인(마요르카) 제외가 대표적이었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기용하라"는 팬들의 아우성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승우(수원FC) 주민규(제주) 홍정호(전북)의 발탁, 더블볼란치 활용 등을 두고 팬들, 전문가들과 대척점에 섰지만, '마이 웨이'는 그만의 해법이었다. 벤투는 언제나 '우리 축구'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흔들리지 않았다.

카타르 입성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보안을 이유로 부상한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훈련 여부를 감추는 '예민함'이 보이기도 하지만, 벤투 감독의 스타일은 그대로다. 언제나처럼 '우리 축구'를 강조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아직까지 상대 팀 전력, 혹은 이에 맞춘 대응을 위한 팀 미팅을 하지 않았다. 카타르에 온 이후 꾸준히 미팅 시간을 늘리고 있는데, 과거 경기, 혹은 자체 전술 훈련 영상을 함께 보며 위치와 움직임을 점검하고 있다. 벤투 감독이 원하는 포인트는 '우리 축구'의 완성도다. 특유의 디테일로 세밀하게 조정 중이다. 첫 경기까지 불과 3일, 초조할 법도 하지만, 벤투 감독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벤투의 '고집불통'은 카타르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과거 월드컵의 키워드는 '임기응변'이었다. 준비는 짧았고, 변화는 많았다. 세계적인 스타들을 상대하기도 벅찬 선수들 입장에서는 압박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긴장했고, 얼었고, 그래서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다르다.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즐기겠다"는 말을 빼놓지 않고 있다. '황태자'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은 "얼지 않고 즐기고 돌아가고 싶다"고, '넘버 10' 이재성(마인츠)도 "두렵기 보다 설렌다"고 했다.

지난 4년간 쌓은 팀워크가 만든 변화였다. '치타' 김태환(울산)은 "4년간 감독님이 바뀌지 않았고, 그 스타일대로 유지하면서 팀이 만들어졌다. 선수도 크게 변화없이 다들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만큼, 좋은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벤투식 축구에 대한 선수들의 믿음은 절대적이다. 벤투호는 몸푸는 방법부터 경기를 준비하는 방법까지, 디테일하고 체계적이다. 한 섹션이 넘어갈 때마다 정확한 메시지를 준다. 세분화된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벤투 사단은 작은 부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준비하고 있다. 김태환은 "지금까지 해왔던 플레이들을 일관성 있게,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만족해 했다.

4년간 일관되게 키워온 벤투 축구, 이제 열매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 열매가 16강이 되길,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선수단은 제법 자신있는 눈치다.

대신 이번 월드컵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도 벤투 감독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는 대한축구협회와의 계약이 끝나면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벤투와 함께 했던 우리의 태극전사는 남는다. 한국 축구는 벤투 감독이 없더라도 계속 된다. 일단 벤투호의 결과를 지켜보자.
도하(카타르)=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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