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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카타르 여정을 모두 마감한 벤투호가 도하를 떠났다. 대한민국의 본진이 카타르에 입성한 것은 지난달 14일(이하 한국시각)이었다. 뜨거웠던 24일의 시간을 뒤로하고 7일 귀국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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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합류한 것은 지난달 16일이었다. 안면 보호를 위한 검정색 마스크가 첫 공개됐다. '안와 골절'은 최소 4주간 안정이 기본이다. 2주일 만에 마스크를 쓰고 훈련장에 등장했다. 동료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에 "와우"라고 소리치자 멋쩍게 웃었다. 희망이었다.
고대했던 월드컵 4호골은 기록하지 못했다. 월드컵 연속골 행진도 멈췄다. 하지만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황희찬(울버햄턴)에게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하며 16강행, '알라이얀의 기적'을 연출했다. 존재만으로 손흥민의 역할은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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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성(전북)이 기자회견에 첫 등장한 것은 지난달 19일이었다. 뜨거운 햇볕아래 실시된 오전 훈련 직후였다. 샤워를 갓 마치고 나온터라 머리까지 젖어 있었는데 아우라가 대단했다.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감했다. 하지만 단서가 있었다. '골만 넣으면 완전히 뜨겠는데!'
예감은 틀렸다. 그는 우루과이와의 1차전 교체 출전으로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만찢남(만화책을 찢고 튀어나온 남자)' 비주얼은 SNS도 폭발시켰다. 3만명도 채 안 됐던 그의 SNS 팔로워는 현재 250만명이 훌쩍 넘었다.
외모만큼 조규성의 월드컵도 뜨거웠다. 가나와의 2차전에서 두 골을 몰아넣으면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컵 본선 한 경기 멀티골을 기록했다. 자신의 롤모델이었던 황의조(올림피아코스)를 밀어내고 당당히 주전자리도 꿰찼다. 그는 이제 유럽 진출을 바라고 있다. 꿈이 현실이 될 날도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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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카타르대회는 유럽 5대 리그 진행 중 처음으로 열린 월드컵이다. 가장 큰 변수가 부상이었는데, 벤투호가 직격탄을 맞았다. 손흥민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고, 김민재(나폴리)와 황희찬(울버햄턴)도 부상을 안고 벤투호에 합류했다.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부상인 김민재는 우루과이와의 1차전 후에는 단 한 차례도 정상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래도 가나, 브라질전에 출격했다. 가나전을 앞두고는 권경원(감바 오사카)까지 가세해 12명이 주전조에서 몸을 푸는 이례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킥오프 한 시간 전 선발 명단 교체 규정을 백분 활용했다. 붉은색 축구 양말에 감춰졌지만 그의 종아리는 늘 테이핑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황희찬은 왼쪽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이었다. 햄스트링 부상은 사실상 출전이 힘들다. 1, 2차전을 건너뛴 그는 3차전을 앞두고는 '완전 파열'을 각오하고 출격했다. 오랜 기다림과 미안함이 그라운드에 투영됐고, 결국 포르투갈전 추가시간에 기적의 16강행 축포를 쏘아올리며 포효했다. 브라질전에서는 첫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가장 날카로운 공격력을 선보였다. 그의 햄스트링도 테이핑의 흔적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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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이 결국 인정한 인물이 '골든보이' 이강인이다. 그는 지난달 최종엔트리 승선조차 불투명했다. 엔트리에 진입한 후에는 1분이라도 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다행히 훈련이 거듭될수록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통역이 필요없는 관계라 '이야기 꽃'을 피우는 장면이 목격되는가 하면 벤투 감독이 이강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흡족해하기도 했다.
결국 이강인은 전 경기 출전했다. 3경기는 교체였지만, 포르투갈전에서는 선발 출전했다. 교체 투입 후에 '게임 체인저'로도 임무를 다했다. 가나전 조규성의 첫 번째 골과 브라질전 백승호(전북)의 만회골이 그의 발끝에서 출발했다.
21세의 '막내' 이강인은 떠오르는 태양이다. 생애 첫 월드컵을 넘어 앞으로 4년, 8년 후의 월드컵에도 출전할 수 있다. 한국 축구가 카타르월드컵을 통해 새로운 대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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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는 벤투 감독이 장식했다. 그는 브라질전 후 한국 축구와의 결별을 깜짝 발표했다. 2018년 8월 17일 시작된 인연이 6일 브라질과의 16강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무려 4년4개월이라는 긴 시간이었다. 그는 역대 한국 A대표팀 최장수 사령탑에 올랐다. 단일 재임 기간 최다승 기록(35승13무9패)도 갈아치웠다.
한때 완고함이 너무 세 '불통'의 이미지가 강했다. 보수적인 팀 운용에 유연성이 결여됐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선수단 내부 평가는 정반대였다. 선수들과의 벽은 높지 않았다. 믿음 또한 강했다.
떠나는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이끌 수 있어서 매우 자랑스럽다. 그 시간이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선수들은 내가 함께 한 선수 중 최고였다"며 "한국에서의 경험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도하(카타르)=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