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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 또 한번 외국인으로 갈까, 아니면 국내 감독으로 유턴할까. 파울루 벤투 감독의 월드컵 16강 이전까지는 국내 감독으로 무게 추가 기운 듯 했다. 현재는 다시 50대50이다.
벤투 감독은 무려 4년4개월간 동안 한국 축구와 동고동락했다. 단일 재임기간 최장수 사령탑에 이름을 올렸고,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로 화답했다. 그 덕에 차기 사령탑도 2024년 1월 카타르아시안컵 성적과 무관하게 2026년 북중미월드컵까지 계약기간을 보장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고 외국인 감독이 '만능 열쇠'는 아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한국 축구에도 '외인 열풍'이 불었다. 움베르투 코엘류(포르투갈), 조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이상 네덜란드), 울리 슈틸리케(독일)에 이어 포르투갈 출신의 벤투 감독이 명맥을 이어왔다. 이 가운데 박수받고 떠난 외인 사령탑은 벤투 감독, 단 한 명에 불과하다.
국내 감독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2000년대 이후 국내 사령탑 중에는 2010년 남아공대회에서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한 허정무 감독이 유일하게 웃으며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반면 2014년 브라질대회에선 조광래 최강희 홍명보까지 무려 3명의 사령탑을 예선과 본선에서 '소비'하는 오판 끝에 1무2패로 쓸쓸히 발걸음을 돌렸다. 4년 전 러시아 대회도 신태용 감독이 본선 무대의 '소방수'로 등장했지만 불을 꺼진 못했다.
카타르월드컵에선 자국 사령탑이 초강세를 보였다. 조별리그에서 살아남은 외인 감독은 벤투가 유일했다. 또 유럽 5대 리그의 시즌 중 열린 첫 겨울월드컵이라 준비기간도 짧았다. 이 때문에 대표팀과 긴 호흡을 한 사령탑들이 더 좋은 성적을 냈다.
외국인과 국내파, 일장일단이 있다. 외국인의 경우 무늬만 이방인이면 또 실패를 부를 수 있다. 포르투갈대표팀을 이끈 벤투 감독처럼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국내 감독의 경우 세계 축구의 최신 흐름과 궤를 함께하는 뚜렷한 철학이 제시돼야 한다. 소통도 필수다. 대표팀은 클럽팀과 다르다.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감독의 고유권한은 존중받되 20~30대 태극전사들과도 벽이 없어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