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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징야 대신 '세진야'가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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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왕' 세징야를 빗대 팬들은 박세진에게 '세진야(세진+세징야)'라는 신박한 별명을 선물했다. 최 감독은 "세진이는 창의적이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있다. 공 차는 기술, 테크니션으로 치면 거의 세징야와 동급"이라고 극찬했다. "세징야가 잘 '재끼는(제치는)' 스타일이라면 이 친구는 모드리치처럼, 빠른 선수가 아닌데도 영리하게 볼을 잘 다루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어린 선수들은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 출전시간을 통해 경험을 쌓게 되면 더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이날 최 감독은 후반 박세진을 원톱으로 올려쓴 전술에 대해 "수비에서 공격전환시 빌드업에 어려움이 있는데 세진이가 가운데서 버텨주는 부분을 기대했다. 발밑에 갖다주면 볼을 잘 뺏기지 않는다. 위로 올라가서 한 사람만 제치면 큰 찬스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세진이는 어리지만 플레이가 어리지 않다. 경기장 안에선 프로페셔널이다. 분위기에 휩쓸리지도 않고 홈에서도 원정에서도 자기 플레이를 하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수많은 어린 선수들을 겪어본 최 감독은 실력만큼 '인성'과 '태도'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세진이는 교체로 경기를 뛰고 다음날 2군 경기를 나가도 누구보다 성실하게 임하는 선수다. 발전하려는 겸손한 자세,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오늘 같은 경기를 통해 더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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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축구의 특징은 조광래 사장의 국가대표 사령탑 시절 '만화축구'와 궤를 같이 한다. 극강의 수비로 상대를 꽁꽁 묶어낸 후 역습 순간 빛의 속도로 폭풍질주해 '원샷원킬' 기어이 상대 골망을 뚫어내는 축구. 빠른 공수 전환 속도, 그라운드 위 아래를 90분 내내 오르내리며 철통처럼 막고 쉼없이 찔러야 하는 궁극의 '꿀잼' 축구를 위해선 절대적 체력이 요구된다. 박세진 역시 "처음엔 엄청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대구 축구의 중요한 특성은 수비력이 받쳐줘야 한다.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개인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박세진이 프로 무대 적응을 위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볼 키핑'. "절대 공을 뺏기지 말자. 공을 뺏기면 주눅 드니까 언제나 첫 터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팀 막내로서 형들의 사랑도 실감하고 있다. "형들이 데뷔골을 정말 많이 축하해 주셨다. 이 팀에서 사랑받고 있다고 느낀다. 데뷔골을 도와주신 (홍)철이형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아직 못했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고등학생이었던 '미완의 대기' 박세진은 매경기 국대 출신 선배들과 함께 뛰는 것이 즐겁고 설렌다. 1985년생 이근호와 21살 차이, 1990년생 홍 철과는 14살 차이다. "영광이다. 대표팀 형들과 함께 발을 맞추는 것이 신기하다. 고등학교 때 TV로 보던 형들이 내 옆에 있다는 게 실감이 안난다"며 웃었다. 꿈을 묻는 질문에 "태극마크, 대표팀에 가는 것이 꿈"이라고 또렷하게 말했다.
13라운드만에 올 시즌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첫 시즌 10경기 출전, 1골이 목표였다"고 했다. 이날 광주전까지 10경기를 뛰었고,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공격포인트 5~7개"라는 새 목표를 설정했다. "대팍 홈 팬들 앞에서도 골을 넣고 싶고, 다음 대전전도 승리해 연승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2003~2004년생 또래들이 김은중호에서 20세 이하 월드컵에 도전하는 시기, K리그 대구에서 또 하나의 꽃봉오리가 터졌다. 대구의 '세진야'는 "20세 이하 월드컵도 가고 싶었지만, 오늘 데뷔골을 넣어서 다 괜찮다"며 싱긋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