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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정말 좋은 선수들이다. 자신과 동료들을 믿고 앞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그녀는 일찌감치 지도자의 길을 결심하고, WK리그 2년차 때인 스물두 살, 2011년 KFA C급 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2015년 B급 자격증, 2019년 A급 자격증을 따낸 후 여주대와 모교인 포항여자전자고 고 이성천 감독 아래 코치로 일하며 전국체전 우승을 이끌었고, 바늘구멍 경쟁을 뚫고 압도적 실력으로 KFA 전임지도자에 발탁됐다. U-13, U-14 여자축구 유망주를 위한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U-15 여자축구 대표팀 코치를 거친 그녀는 은퇴한 지 10년 만인 2023년 여름 A대표팀 코치로 호주-뉴질랜드여자월드컵 무대를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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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세 유소녀들의 골든에이지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박 코치는 "우리나라 여자축구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내가 그 나이 때보다 훨씬 잘하고, 섬세한 코칭 기술도 훨씬 더 발전했다"고 희망을 노래했다. 전날 일본이 코스타리카에게 2대0으로 완승하며 2연승으로 16강행을 확정지었다. 등록선수 1400여 명, 서울 시내 여자축구를 하는 초등학교가 단 1개, 전국에 중학교가 14개뿐인 현실에서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박 코치는 "일본과는 늘 비교하는데 지금도 그렇고 인프라에서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어린 선수들이 월드컵에 나온 우리 선수들을 보고 '멋있다'고 꿈을 키우고, 대표팀이 앞에서 이끌고 있다면 뒤에서도 해야할 부분들이 있다. 팀을 만든다든지 축구를 더 쉽게 접하게 만들어준다는지 하는 건 지도자의 힘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실행할 분들은 따로 있다"고 했다. "좋은 해결방법은 늘 있다. 실행해주신다면 발전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실행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터뷰인 줄 모르고 '한마디'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시작된 인터뷰, 박 코치가 지면 끝장인 모로코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남긴 메시지는 오로지 '믿음'이었다. "여러분 모두가 너무나 좋은 선수들이란 걸 알고 있다. 스스로를 결코 의심하지 말길 바란다. 자신을 믿고 주변 동료들을 믿고, 할 수 있는 걸 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자신과 동료를 믿고 앞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캠벨타운(호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