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이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 불참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은 지난해 여름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 3곳을 폭격했을 때도 월드컵 출전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메흐디 타지 이란축구협회장은 지난 1일(한국시각) 이란 국영방송을 통해 "(월드컵 참가)결정은 스포츠 관련 책임자가 해야 한다"면서도 "오늘의 사건, 미국의 공격을 감안할 때 월드컵 참가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란은 오는 6월 개막하는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G조에 속해 첫 경기는 LA에서 뉴질랜드, 벨기에와, 두 번째 경기는 시애틀에서 이집트와 치른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확대된 여행 금지 조치' 적용 대상인 39개국에 포함됐다. 월드컵, 올림픽 등 스포츠 행사에 참가하는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예외다. 하지만 지난해 말 타지 회장 등 이란축구협회 핵심 관계자들이 비자를 받지 못해 월드컵 조 추첨식을 보이콧했다. 만약 이란이 대회에 정상적으로 참가하더라도, 이란의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애리조나주 일대와 경기장 인근은 대회 기간 내내 시위와 소요 사태로 몸살을 앓을 가능성이 있다. LA에는 엄청난 규모의 이란 교민이 거주하고 있다.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살된 이후, LA에선 미국의 공습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런 상황을 이란 정권 교체를 원하는 'FIFA 평화상' 트럼프 대통령이 반길리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사태는 이란 정권의 존립과 직결된 문제라 종전 '12일 전쟁'만큼 단기간 내에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타지 회장은 국내외 정세를 고려해 이란 국내리그를 무기한 중단했다. 이란 클럽 메스 라프산잔에서 뛰는 전 국가대표 수비수 이기제는 현재 대사관으로 대피해 귀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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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매체 '윈윈'에 따르면, 이란이 월드컵에 나서지 못한다면 월드컵에 기권한 10번째 국가가 된다. 앞서 월드컵 초대 우승팀인 우루과이는 자국에서 열린 1930년 월드컵에 복수의 유럽 국가가 참가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1934년 월드컵 출전을 거부했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는 '자국 리그의 중요성'으로 인해 1934년 월드컵에 기권했다.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개최지가 남미가 아닌 유럽으로 변경된 것에 항의하며 1934년 월드컵에 마찬가지로 참가하지 않았다. 인도는 '월드컵의 중요성에 대한 불신'으로 월드컵 불참을 선언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인도가 월드컵에 나서지 못한 이유는 인도 선수들이 맨발로 경기를 하는 습관 때문이라는 설이 나왔다. 튀르키예는 1950년 월드컵을 앞두고 '남미로 선수단을 파견하는 비용'에 대한 우려로 참가 티켓을 스스로 찢었고, 러시아는 칠레의 사회주의 정부가 전복되는 등 정치적인 이유로 1974년 월드컵 참가를 거부했다.
국제축구연맹 규정에 따르면, 이란이 북중미월드컵에 불참할 경우, 예선 플레이오프 준우승팀 혹은 지역 예선에서 본선 진출에 실패한 팀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팀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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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선 아랍에미리트가 아시아 예선에서 본선 진출에 실패한 팀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해 이번 사태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아랍에미리트를 꺾고 대륙별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이라크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고, 아랍에미리트가 대륙별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웨일스에서 열린 국제축구협회이사회(IFAB) 회의에 참석한 마티아스 그라프스트롬 FIFA 사무총장은 "저도 오늘 아침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뉴스를 접했다며 "오늘 총회가 있었고, 그 내용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모든 팀이 안전하게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FIFA 내부에선 이란의 월드컵 참가를 예상하고 있다.
북중미월드컵은 개막을 약 100여일 남겨두고 다양한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엔 멕시코 마약 밀매 조직인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의 수장 네메시오 오세게라가 사살된 이후 멕시코 전역에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를 멕시코 과달라하라와 몬테레이에서 치르는 대한축구협회는 현지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과달라하라는 '마약과의 전쟁'으로 불타오르고 있어 '안전한 월드컵'에 대한 우려가 크다.
미국의 11개 월드컵 개최 도시는 경기장 안팎의 안전 확보를 위해 배정된 6억2500만달러(약 9070억원)의 예산을 아직 받지 못했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이는 미정부의 부분적인 셧다운과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자금 지원 지연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이로 인해 월드컵 준비는 예정보다 더 늦춰지고 있다고 한다.
마악왕 사살부터 하메네이 사살까지.역사상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월드컵이 될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다. 월드컵 개막까진 불과 103일 남았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