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지독한 '아홉수'였다.
대전하나시티즌은 지난달 18일 인천 유나이티드를 3대1로 완파했다.대전의 시즌 첫 승이자, 황선홍 감독의 감독 커리어 199승이었다. "'우승 후보'의 질주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황 감독의 200승도 단숨에 실현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전은 3연패의 늪에 빠졌다. 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이상 0대1), 강원FC(0대2)에 일격을 당했다. 3경기에서 단 1골도 넣지 못하는 최악의 경기력이었다. 그다음 상대는 하필이면 개막 후 무패를 질주한 '선두' FC서울이었다.
'황새'가 위기에서 빛났다. 최고의 흐름을 탄 서울을 상대로 기어코 고비를 넘었다. 대전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6' 8라운드에서 전반 터진 유강현의 결승골을 잘 지켜 1대0 승리를 거뒀다. 최악의 위기 속 압박 축구로 방향을 튼 대전은 시즌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황 감독은 이날 승리로 김정남(210승168무159패), 김호(208승154무181패), 최강희(229승115무101패) 감독에 이어, K리그 역대 4번째로 200승을 달성한 감독이 됐다. 461경기(200승126무135패)만의 쾌거였다.
굴곡 많았던 현역 시절처럼, 황 감독은 지도자 변신 후에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2003년 은퇴 후 전남 드래곤즈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8년 부산 아이파크 지휘봉을 잡으며 감독직에 올랐다. 만 39세, K리그 역대 최연소 감독이 된 황 감독은 "명선수는 명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편견을 깨겠다며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별다른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2010년 친정팀 포항 사령탑에 오른 황 감독은 마침내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첫해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12년 FA컵(현 코리아컵)을 거머쥐었다. 2013년에는 단 한명의 외국인 선수도 없이 리그와 FA컵을 모두 차지하며 K리그 역사상 첫 더블(2관왕)이라는 신화를 썼다. 황 감독은 K리그 최고 명장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는 내리막이었다. 최용수 감독 후임으로 서울을 맡았지만, 첫 해인 2016년 어부지리로 우승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3시즌 만에 짐을 쌌다. 야심차게 중국 무대로 떠났지만, 미처 출항하기도 전에 팀이 해체되는 홍역을 겪었다. 2020년 대전의 창단 감독으로 K리그에 복귀했지만, 고위층과 불화로 단 1시즌도 채우지 못했다.
이후 U-23 대표팀을 맡아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2024년 파리올림픽 본선행에 실패하며 40년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라는 흑역사를 썼다. 그렇게 끝나는 듯했던 감독 커리어는 2024년 대전에 복귀한 후 또 한차례 반등했다. 첫 해 팀을 잔류시킨 황 감독은 2025년 대전을 창단 후 최고 성적인 준우승까지 이끌었다.
200승은 18년간 넘어져도 쓰러지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일어난 끝에 일궈낸 '작은 훈장'이었다. 황 감독은 경기 후 원정 응원 온 팬 앞에 섰는데 감정이 북받친 듯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전 팬은 "황선홍"을 연호했고, 인사를 마친 뒤 눈물을 훔쳤다. 그는 "200승까지 오는데 많은 팀, 많은 선수, 많은 스태프가 도움을 주셨다. 200승을 완성해 준 대전 선수들에게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200승을 하는 동안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감독의 삶이 그렇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제 시작이다"고 했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멈추지 않고 달려가겠다는 뜻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