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리버풀은 헤비메탈 공격 축구로 반드시 복귀해야 한다."
'리버풀의 이집트왕' 모하메드 살라가 애스턴빌라전 참패로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적신호가 켜진 직후, 리버풀이 과거 상대 팀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헤비메탈 공격 축구'로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올해 33세인 이집트 국대 공격수 살라는 올 시즌을 끝으로 리버풀을 떠난다. 지난 9년간 팀에 머물며 프리미어리그 우승 2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를 포함해 총 6개의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린 리버풀 황금기 주역이다. 그러나 고별전을 단 일주일 앞둔 현재, 디펜딩챔피언 리버풀은 무관으로 그친 이번 시즌 끝자락에서 아직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톱 5' 자리도 확실히 매듭짓지 못한 상태다.\
살라는 과거 위르겐 클롭 전 감독 특유의 '고에너지 축구'를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2024년 떠난 클롭 감독 시절의 정체성을 "반드시 회복하고 영원히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아르네 슬롯 현 감독의 전술을 겨냥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리버풀 소속으로 통산 257골을 기록한 살라는 이러한 과거의 경기 방식으로의 회귀가 "협상의 여지가 없는 필수 조건"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네덜란드 출신의 슬롯 감독은 이번 주 인터뷰에서 실망스러운 시즌에도 불구하고 안필드에 계속 잔류할 것이라 "믿을 만한 모든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리버풀 구단 이사진 역시 올여름 감독 교체를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16일(한국시각) 리버풀이 애스턴 빌라 원정에서 2대4로 패하며 시즌 19패째를 기록하자 팬들의 불만과 비판은 극에 달했다. 빌라파크를 찾은 수많은 원정 팬들은 경기 종료 휘슬도 전에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불만을 드러냈다.
살라는 17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나는 이 클럽이 의심하는 자들에서 믿는 자들로, 그리고 믿는 자들에서 챔피언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목격했다. 그것은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던 일이었고, 나는 클럽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항상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그 무엇보다 그것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이번 시즌 또다시 무기력하게 무너지며 패배한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며 우리 팬들이 받아야 할 대접이 아니다. 나는 리버풀이 다시 상대가 두려워하는 헤비메탈 공격형 팀으로 돌아가고, 다시 트로피를 차지하는 팀이 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것이 내가 할 줄 아는 축구이며, 반드시 회복하고 영원히 유지해야 할 정체성이다. 이는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며, 이 클럽에 합류하는 모든 이들은 이에 적응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살라는 이미 지난 3월 안필드를 떠나겠다는 결정을 발표했고, 12월에는 언론을 통해 슬롯 감독과의 관계가 완전히 파탄 났다고 폭로한 바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인 4회의 골든 부트(득점왕)를 수상한 살라는 슬롯 감독의 부임 첫 시즌이었던 2024~2025시즌에도 29골을 터뜨리며 리버풀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지난 시즌만큼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브렌트포드와의 최종전을 앞두고 모든 대회 통산 40경기 12골에 머물고 있다.
리버풀을 상징하는 '헤비메탈' 축구는 전임 감독인 클롭이 자신의 고에너지, 전방 압박 스타일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했던 용어다. 살라는 "여기저기서 몇 경기 이기는 것은 리버풀이 추구해야 할 모습이 아니다. 이기는 것은 어느 팀이나 다 한다"면서 "리버풀은 나와 내 가족에게 언제나 큰 의미를 지닌 클럽이다. 내가 떠난 후에도 오랫동안 성공 가도를 달리길 바란다. 늘 말했듯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며, 이를 위해 마지막까지 내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살라의 게시글이 올라오자 팀 동료인 커티스 존스는 박수 이모티콘을, 위고 에키티케는 악수 이모티콘을 남기며 공감했다. 또한 앤드루 로버트슨, 라이언 흐라번베르흐, 도미니크 소보슬러이, 제레미 프림퐁, 엔도 와타루를 비롯해 이탈리아 출신의 유망주 수비수 조반니 레오니, 현재 애스턴빌라 임대로 뛰고 있는 하비 엘리엇 등이 '좋아요'를 눌러 지지를 표했다. 클롭 체제의 핵심 멤버였던 전 주장 조던 헨더슨,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호베르투 피르미누 역시 살라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이번 여름 살라와 함께 팀을 떠나는 왼쪽 풀백 로버트슨 역시 자신의 SNS에 "우리의 시즌을 요약해 주는 경기력이다. 이 클럽의 수준과 팬들이 당연히 기대하는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팬들을 향해 "지난 9년 동안 전국 각지와 전 세계를 다니며 원정석을 가득 채워준 팬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다음 주 마지막 한 경기를 위해 다시 만나자"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한편, 네덜란드 페예노르트 사령탑 출신 슬롯 감독은 시즌 종료 후 여름 이적 시장이 자신에게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애스턴빌라전 패배 이후 팬들의 좌절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팬들은 이적시장이 가져올 변화와 새로운 시작이 가질 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면서 "우리가 개선해야 할 부분 중 하나는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이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질문이 나왔으니 말하겠다. 현재 당장 선발로 뛸 수 있는 선수 9명이 이탈한 상태다. 이들은 대부분 이번 시즌의 상당 기간을 선발로 활약해 준 핵심 자원들이다. 이 공백이 메워지고, 이적 시장을 통한 전력 보강,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선수들의 성장이 더해진다면 다음 시즌에는 자연스럽게 훨씬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살라가 슬롯 감독의 축구를 에둘러 저격한 SNS 포스팅과 관련해 아담 패텔 BBC축구 전문 기자는 "살라의 소셜 미디어를 되짚어보면, 본인의 채널에 이처럼 직접적인 성명서를 발표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면서 "동료가 팀을 떠나거나 리버풀 팬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때만 간간이 글을 올리곤 했다"고 짚었다. "리버풀 커리어가 단 일주일 남은 시점에서 나온 이번 발언은, 그가 현재 클럽의 방향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는 슬롯 감독 체제하에서의 리버풀의 현재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심각한 혹평이며, '헤비메탈 축구'라는 단어를 굳이 꺼내 든 것은 안필드에 더 큰 변화가 필요함을 뜻한다"고 해석했다. "물론 살라 본인은 그 변화의 현장에 없겠지만 그가 리버풀에서 이룬 업적을 고려할 때, 그의 목소리는 팬덤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지난 12월, 슬롯 감독과의 불화를 폭로했던 리즈전 믹스트존 인터뷰 전에도 살라 측근들 사이에선 이와 유사한 형태의 성명서 발표가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살라는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이 드러나는 믹스트존 인터뷰를 택했으나, 이번에는 훨씬 더 정제된 소셜 미디어를 택했다. 존스나 에키티케의 댓글, 동료 선수들의 '좋아요' 릴레이에서 보듯 지금 이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은 비단 살라 혼자만이 아니다"라며 파장을 예상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