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다가 힘들어서…." '훈련 전 선수들과 같이 러닝할 때 왜 완주를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돌아온 홍명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의 미소다.
57세인 홍 감독이 혈기왕성한 아들뻘 20~30대 선수들과 똑같은 속도로 똑같은 거리를 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홍 감독의 '중도 포기'가 아니라 '동반 러닝'이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사전 훈련캠프에선 '홍 감독이 달라졌다'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 축구 레전드만이 가질 수 있는 '아우라'와 '카리스마'로 대표되던 홍 감독이 적극적인 자세로 선수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그는 27일(한국시각)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인근 헤리먼의 자이언스 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에서도 어김없이 선수들과 함께 뛰며 땀을 흘렸다. 물론, 이날도 러닝 도중 무리에서 빠져나왔다. '감독 홍명보가 뛰는 생경한 모습'은 현장 취재진의 특별한 '양념'이다.
달라졌다는 증거는 또 있다. 홍 감독은 그간 팀 훈련 시엔 전체를 살폈다. 경기장 가운데에서 중심을 잡고 코치와 선수들에게 필요한 메시지만 던졌다. 코치들에게 다양하고 명확한 임무를 부여한다는 점에선 축구계의 대표적인 매니저형 지도자였던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홍 감독이 선수, 지도자 커리어를 통틀어 6번째, A대표팀 감독으론 2번째 월드컵을 앞두고 바뀐 모습을 보이고 있다. K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최종 명단에 깜짝 승선한 수비수 이기혁(강원)과 귀화 스타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를 붙잡고 '수비수의 자세'에 대해 '미니 강습'을 진행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전세계 특급 선수가 모이는 월드컵과 같은 무대에서 경험이 부족한 수비수가 어떻게 하면 제 몫을 할 수 있을지를 열심히 가르쳤다. '전설의 리베로'라는 별명을 달고 A매치 136경기를 치른 대선배가 하는 말은 아무래도 선수들 귀에 쏙쏙 박힐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감독이 직접 다가와 행동으로 보여주는 건 '감독이 나를 신뢰한다'라는 암묵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홍 감독은 최종엔트리 발표 때부터 '월드컵 대이변'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감독으로서 마지막까지 이 팀을 지킬 것"이라는 말은 큰 울림이었다. 그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실패한 경험을 토대로 한 '오답노트'를 품고 있다. 월드컵 본선 개막을 3주, 2주 앞둔 시점에 선수들에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어떤 훈련이 효과적인지, 어떤 메시지가 가슴에 와닿는지 등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홍 감독은 1990년 이탈리아부터 2002년 한-일 대회까지 4개 대회는 선수로 월드컵을 누볐다. 이번 대회가 커리어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모든 걸 걸어야 하는 대회다.
헤리먼(미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