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 "파리에선 여전히 행운이 따른다."
31일(한국시각) 아스널과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승부차기 혈투 끝에 짜릿한 2연패 위업을 이룬 루이스 엔리케 파리생제르맹(PSG) 감독이 중계 방송사와의 현장 인터뷰에서 우승을 이끈 '행운'을 노래했다.
엘클라시코 같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차라리 엘 라시코였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아스널은 이번 시즌 내내 뛰어난 기량을 증명하며 패배가 거의 없었던 매우 경쟁력 있는 팀이었기에 승리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스널이 전반 6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리며 결승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했고, 경기 시작을 최고의 방식으로 열었다고 평가했다."엄청난 고전 끝에 이뤄낸 승리지만, 파리에는 여전히 행운이 따르는 것 같다. 가끔은 이런 행운도 도움이 된다"라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헝가리 푸스카스 아레나에서 펼쳐진 이날 경기, PSG는 전반 6분 실책으로 카이 하베르츠에게 선제골을 헌납한 후 후반 우스만 뎀벨레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고 연장 혈투, 승부차기 끝에 4대3으로 신승했다.
이로써 엔리케 감독은 자신이 지도자로 나선 세 번의 결승전에서 모두 우승하는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역사상 그보다 더 많은 우승을 경험한 감독은 카를로 안첼로티(5회)가 유일하다. 또한 엔리케 감독은 대회 통산 50경기 이상을 지휘한 감독 중 역대 최고 승률(63.3%) 기록도 보유하게 됐다. 그러나 엔리케 감독은 자신을 '레전드'로 추켜세우는는 시선을 경계했다. BBC 스포츠에 따르면 그는 "레전드? 그런 것엔 관심 없다"는 답으로 선을 그었다. "지금 심정은 흥분과 피로가 뒤섞여 묘하다. 모든 감정이 교차하지만 지금이 이번 시즌 최고의 순간인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가 여전히 챔피언이며, 2연패를 달성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엔리케 감독은 지난 시즌 인터 밀란을 5대0으로 대파했던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과 비교해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10명을 그대로 선발 라인업에 올렸다. 두 시즌 연속 결승전에서 동일한 필드 플레이어 10명을 선발로 내세운 팀은 대회 역사상 2017년, 2018년의 레알 마드리드 이후 PSG가 두 번째다. PSG는 이번 시즌 총 45골을 터뜨리며, 1999~2000 시즌 바르셀로나가 세운 역대 유러피언컵 및 챔피언스리그 단일 시즌 최다 득점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치열한 승부차기 혈투 끝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엔리케 감독은 시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PSG가 충분히 우승 자격이 있다고 믿었다. 그는 TNT 스포츠를 통해 "정말 대단한 일이다. 두 팀 모두 승리할 자격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시즌 내내 보여준 경기력을 생각하면 우리가 우승하는 것이 맞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엔리케 감독은 PSG가 다음 시즌에도 다시 한번 타이틀 경쟁에 뛰어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보면서도, 동시에 스쿼드 쇄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내년에도 다시 이 자리에 서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안 될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한 후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이미 많지만, 여전히 스쿼드를 새롭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 주전 경쟁 체제를 구축하고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해야 하며, 이는 PSG 같은 팀에게는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승부차기와 관련해 엔리케 감독은 4년 전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고 카타르월드컵에서 모로코에 패했던 쓰라린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승부차기 패배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고 돌아본 엔리케 감독은 "승부차기는 단순히 운이 아니라 선수의 기량과 골키퍼의 능력에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엔리케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과 나눈 전술적 키포인트도 공개했다. 아스널을 상대로 중앙 지역을 내주면 승산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이른 실점으로 인한 좌절감 때문에 경기 초반 상대의 흐름에 말려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하프타임 전술을 수정해 페널티 박스 침투 횟수를 늘릴 수 있었다. 그는 "대개 이런 경기는 이기고 있는 팀이 아니라 지고 있는 팀이 통제한다"고 덧붙였다. "PSG는 내려앉는 팀을 상대하는 데 익숙하지만 아스널은 전혀 다른 차원의 수준"이었다고 라이벌 팀을 예우하기도 했다.
PSG의 역사적 행보에 대해 엔리케 감독은 과거 레알 마드리드만이 달성했던 대기록을 언급했다. "첫 번째 우승도 역사적이었지만 이번 두 번째 우승은 더욱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봤다. "파리와 PSG가 비로소 세계 최고의 클럽 반열에 합류했으며, 팬들이 사랑하는 특유의 플레이 스타일을 유지하며 이 자리를 계속 지켜나가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엔리케 감독은 "훈련을 말려야 할 정도로 선수들이 축구 자체를 즐기고 있다. 이 때문에 감독으로서 팀을 이끄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다"면서 "다음 시즌에도 팀이 높은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 확신했다. "이제는 약 두 달간의 휴가를 만끽할 시간"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