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부도위기에 떠는 금융시장

기사입력 2012-05-17 13:04


'또 한번 폭풍이 휘몰아칠 것인가'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 탈퇴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에 떨고 있다. 유럽과 미국 증시가 동반 급락하고 그리스에 이어 유럽 재정위기의 희생양이 될 것으로 거론되는 스페인 이탈리아 국채는 금리가 급등(국채가격 급락)했다. 스페인 10년만기 국채는 6.23%, 이탈리아는 5.69%로 올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14일 이탈리아 26개 은행에 대해 유로존 위기에 취약하다며 신용등급을 강등시키자 유로존 국가간 방화벽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을 흔들고 있다.

국내시장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접어들었다. 한때 2100선을 기웃거리던 코스피지수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900선마저 힘없이 무너졌다. 지난 1월18일 이후 4개월만의 일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이탈도 빨라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2일부터 국내주식을 내다팔기 시작해 그 규모가 2조원을 넘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떠나면서 원화환율은 계속 뛰어 수출경쟁력에 부담이 되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퇴출되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경우 코스피는 1800 아래로 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할 경우 무질서한 디폴트로 이어지고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과 그에 따른 은행 파산, 물가앙등 등 후폭풍이 거세져 상당기간 회생불능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그리스트(Greece+Exit)', 즉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그리스가 혹독한 긴축정책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유로권을 이탈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그리스만으로 끝나지 않고 재정상태가 취약한 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스페인 등으로 확산돼 유로존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관심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이후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이다. 그동안 국내 금융회사들이 나름대로 방화벽을 쌓는 등 대비책을 강구해온 만큼 그리스 디폴트의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대외의존적 구조에다 국제금융 시장에서 '현금지급기'로 불리는 한국으로선 매우 불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올 들어 4월까지 우리나라의 유로존에 대한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나 줄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국 경제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령 그리스의 디폴트가 질서있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그 충격은 클 수 밖에 없다. 유로존이 지난 1분기에 제로성장을 기록해 침체로 빠져들지는 않았지만 시장의 불안감을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유럽 경제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아 금융과 실물부문이 외부충격에 약한 우리로서는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에 대비해 치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급격히 밀려들어오던 외국인투자금이 슬금슬금 빠져나가고 있는 점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 등과 통화스와프계약을 맺고 외환보유고가 3000억달러를 넘었다고는 하지만 결코 안심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외화유동성 부족으로 두차례의 금융위기를 겪었다. 단기외채 등 그 때에 비해 유동성이 풍부해지긴 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외국인자금의 유출입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컨틴전시플랜(비상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 유럽은 물론 중국과 미국 경제의 활력이 연초 예상했던 것보다 미치지 못해 실물경제의 위축도 걱정스럽다. 국내 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전차'군단만 그런대로 실적을 이어가고 있을 뿐 다른 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부 그룹은 자금난에 봉착해 보유 주식과 계열기업 매각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발 쓰나미가 밀려오면 올해 3.5%성장목표 달성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실물경제의위축에 대비해 재정·금융정책의 운용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김희중 기자 hjkim@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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