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 협약 등으로 자국의 생물주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식물표본은 그 식물이 분포했던 시간과 공간의 역사를 반영하는 중요한 증거자료다. 또한 이들에 대한 실체를 밝히고 학명을 부여한 기재문과 확증표본 및 연구자료 역시 생물주권 확보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러나 1800년대 말 외국학자들에 의해 우리나라 식물의 분류가 시작되고 1900년대 초 일제 강점기를 겪으면서 외국학자들이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식물을 분류함에 따라 신종으로 발표된 종의 기재문과 기준표본을 포함한 많은 표본들이 외국 표본관에 소장하게 됐다. 게다가 한국전쟁으로 많은 표본이 거의 소실돼, 우리나라 식물의 실체와 유연관계를 밝히는 분류연구를 위해 외국표본관을 방문해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우철 교수가 기증하는 자료는 평생 수집한 것이다. 우리나라 식물의 원기재문과 관련 문헌 자료 등 5000건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나카이(T. Nakai), 오위(J. Ohwi), 코이쯔미(G. Koidzumi) 등이 채집한 식물표본과 채집정보가 수록된 6만1000여점의 표본목록인 종 분류카드 그리고 식물표본을 촬영한 슬라이드 8800여점이다. 이러한 자료는 일본의 동경대학, 경도대학, 국립과학관과 대만대학 등을 방문하여 직접 수집한 자료다.
이번에 기증된 종 분류카드와 표본 슬라이드는 약 100여년 전 특정 식물이 한반도 어느 지역에 분포하고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자료다. 분류학적 연구 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의한 식물분포 변화 연구 등에서도 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북한식물에 대한 분포 정보제공으로 한반도의 식물 종 목록을 정리하는데도 매우 중요한 자료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기증된 8800여점의 슬라이드사진 중에는 우리나라 식물의 기준표본 600여점이 포함돼 있어 그 가치가 매우 높다. 또 한국에서 채집됐으나 어떠한 종인지 정확히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표본들도 있어, 우리나라 식물다양성을 정확히 밝히는데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국립수목원은 이번에 기증된 자료가 후학들을 위해 널리 사용되기를 바라는 이우철교수의 뜻을 살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http://nature.go.kr)'를 통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할 계획이다. 국립수목원 산림생물 표본관측은 명예의 전당의 3번째 주인공으로 이우철 교수를 선정하고, 8일 기념식과 강연회를 가졌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이우철 교수가 1984년 대성산에서 발견해 학계에 보고한 대성쓴풀(좌), 야책을 메고 다니면 채집한 희귀종 백설취 표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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