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재벌가 경영승계 정조준 SI업체 조사

기사입력 2012-07-05 15:10


그래픽: 김변호기자 bhkim@sportschosun.com

재벌가를 겨눈 정부의 칼날이 매서워졌다. 그동안 '수박 겉핥기식(?)'으로 비춰지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심장부를 겨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경영승계의 중심축인 시스템관리(SI) 업체를 옥죄기 시작했다. 대기업 SI업체는 경영2·3세의 내부 장악력을 키워 실전경험을 키우는 핵심 창구 역할을 하는 계열사다. 물량몰아주기를 통해 '경영승계실탄'도 마련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법 편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털면 먼지가 나는 회사, 그것도 오너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곳이라는 얘기다. 단속 대상 기업의 우선순위는 없다. 소위 말해 무작위다. 어떤 기업에 칼날이 겨눠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부가 임기말 레임덕을 막기 위한 '신의 한수'다.

공정위 단속·처벌 본격화 예고

SI업체가 경영권 승계수단으로 활용된 것은 하루 이틀 전 얘기가 아니다. 내부 시스템을 관리하는 업무 특성상 오래전부터 '특별한 목적'으로 활용됐다. 지분확보가 그룹의 법적 지배권 확보라면, 모든 정보가 모이는 SI업체의 장악은 그룹 지배권 확보를 뜻한다. 계열사간 모든 정보를 취합하는 곳이 SI업체다. 정보화가 미래를 좌우한다는 것을 상기하면 좋은 SI업체가 필수 경영수업 코스다. 그룹 내 서열이 중간에서 약간 웃도는 정도로 경영실적을 토대로 경영능력을 검증 받기에도 부담이 없다. 경영2·3세가 그룹 지배권 확보를 통한 경영수업과 경영능력을 한꺼번에 해결하기엔 이만한 곳이 없다.

경영승계비리가 터지면 SI업체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는 이유다.

공정위는 7월 이후 대기업 SI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SI계열사를 비롯해 물량몰아주기 행태가 이뤄지던 계열사 모두 해당된다. 사전조사는 이미 끝난 상태다.

정재찬 공정위 부위원장은 "(모든) 조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아직 언제 제재를 가할 지는 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공정위는 '하반기 공정거래정책방향'을 발표, 대규모내부거래에 관한 강화된 공시의무 이행현황을 점검하고, 시스템통합(SI)·베이커리 등의 일감몰아주기 혐의를 집중 감시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재계 안팎에선 SK C&C에 대한 조치가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5월 계열사를 중심으로 두 달 넘는 고강도 현장 조사를 통해 일감몰아주기 부당 내부거래 내역을 확보했다. SK네트웍스 등 SK계열사들이 SKC&C 등 다른 계열사로부터 전산관리 시스템을 공급받는 과정에서 납품가격을 시장가격보다 높게 쳐준 게 문제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납품가를 높게 받는 방식으로 지원을 받은 SKC&C는 정작 중소기업과 거래할 때는 부당한 단가 인하 등을 요구했느냐의 여부다. 공정위는 이런 점을 꼼꼼히 따져 처벌 수위를 정할 예정이다. SKC&C는 지주회사인 (주)SK의 지분 31.82%를 보유, 사실상 SK그룹의 경영권 꼭대기에 있는 회사다. 최태원 회장과 여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각각 38%, 10.5%를 보유하고 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식석상에서 "SI업체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대한 내부점검이 마무리되는 단계"라고 강조해왔다. SKC&C를 시작으로 대기업 SI업체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에 들어설 수 있다.


그래서일까. 삼성그룹(삼성SDS), 현대차(현대오토에버), 롯데(롯데정보통신), CJ(CJ시스템즈), 대림(대림아이앤에스), 신세계(신세계I&C) 등은 공정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영2·3세들의 경영권승계가 SI업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가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각각 삼성SDS의 지분 8.81%, 4.18%, 4.18%를 보유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의 지분률이 20.1%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시스템즈의 지분 31.88%,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신세계I&C의 지분 4.31%를 갖고 있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보유한 대림아이앤에스의 지분률은 89.69%에 달한다.

해당 기업들은 저마다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강조한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투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기업 기밀 등 관리를 위해 SI업체를 직접 운영한 만큼 특별히 문제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경영승계와 얽혀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SI업체 조사에 남몰래 애만 태우고 있는 셈이다.

재계 일단 몸 낮추기, 변화 움직임 있을까

경영승계 사안은 그룹 내에서 가장 큰 핵심 사업이다. 걸림돌이 생기면 제거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다. 현재로선 임기 말까지 조용히 넘어가기만을 바라는 게 전부다. 특별한(?) 반응을 보일 경우 쏟아지는 시선이 부담스럽다. 대기업 SI업체는 여느 중소 SI업체와 달리 계열사의 물량 수주를 통해 어느정도 실적 유지는 가능하다. 계열사의 물량 수주에 의존하다 보니 경영수업을 통한 능력 검증이 불가능 할 뿐이지 업체의 생존여부에 지대한 영향이 미치진 않는다.

대기업들은 1월 공정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SI업체 등 불공정행위를 근절을 위해 중소기업의 참여 기회를 늘린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대기업 SI계열사와 물량몰아주기 기업 단속에 나선 지금, 재벌가 재벌가의 경영승계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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