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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모씨(42·서울 목동)는 요즘 어이가 없다. 은행들의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조작 의혹 때문이다. 5년전 이씨는 어렵사리 내집 마련을 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 교육을 생각해 이사를 결심했고, 결혼후 10년간 모았던 돈과 1억5000만원을 대출(CD금리연동대출)해 아파트를 장만했다. 2년마다 오르는 전세금 때문에 큰 마음을 먹었다. 그동안 집값은 떨어지고 대출 이자는 줄지 않았다.
대표적인 금융소비자 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은 공정위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결과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은행권이 소비자에게 부당이익을 반환하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피해 소비자들의 힘을 모아 집단적으로 '부당이익반환' 공동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CD금리 담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전망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 5월말 기준으로 전체 가계대출 642조7000억원 가운데 49.1%인 315조5657억원이 CD연동대출이라고 밝혔다. 만약 은행이 CD금리 조작으로 0.1%의 이자를 더 받았다면 연간 3155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셈이 된다. 업계에서는 부정 사실이 적발돼 소송이 벌어지면 전체규모가 16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지난 4월 공정위에 답함 사실을 알리고 자진신고 감면을 받은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을 대상으로 10조원에 달하는 공동소송을 진행 중인데 이를 뛰어넘는 천문학적 규모다.
혼돈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CD금리를 기초로 한 파생상품 규모는 총 3800조원을 넘는다. CD금리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CD금리가 폐지된다면 피해를 본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CD금리 조작과 흡사한 방법으로 이뤄진 리보(런던 은행간 거래금리) 조작 사태처럼 대규모 국제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
최근 은행권은 대출금리 학력차별과 대출서류 조작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국민들은 허탈하다. 어려울 때는 국민의 혈세로 구제금융을 받는 은행들이 틈만나면 국민을 상대로 탐욕을 채웠다고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 소비자단체들은 "짬짜미가 사실로 밝혀지면 면허 취소 등 강력 처벌로 시장 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