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화제였다. 시중은행장들이 참석한 금융협의회에서 "현재 금융안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의 대마불사 마인드다. 은행 대마불사 기대말라"고 못박았다.
은행과 고객 사이의 괴리감. 단적인 예가 있다. 지난달 31일 우리은행이 야심차게 발표한 하우스푸어 대책인 '트러스트 앤 리스백(신탁 후 임대)' 제도. 우리은행은 최근 사회적으로 하우스푸어 문제가 심각해지자 서둘러 대책을 발표했다. 실질적인 처방이라고 강조했지만 19일 현재 신청자 수는 제로다. 당초 1300여명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단 한명도 이용하지 않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문의는 꽤 있는 것으로 안다. 홍보부족도 있었고, 실제로는 유용한 제도인데 취지에 대한 공감을 더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접근 방식이다. 하우스푸어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속한 이들이다. 우리은행은 대출 원리금을 연체한 집주인을 대상으로 집 소유권을 신탁등기 형태로 은행에 넘기고 3~5년 동안 대출이자 대신 연간 4.15%의 임대료를 내게 한다.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집 소유권을 우선포기해야 한다. 또 4.15% 이자도 적은 금액이 아니다. 요즘같은 저금리에선 더욱 그렇다. 3주 가까이 이용자가 제로인 상황에서도 우리은행은 뒷짐만 지고 있다. 제도 수정보완은 아직 없다. 실질적인 국민혜택보다는 선언적 의미, 보여주기 행정이었음을 반증한다. 이자부담을 완화시켜줘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신한은행의 하우스푸어 대책, 주택힐링프로그램도 같은 시기에 나왔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보름여 만에 신청이 2000여건을 돌파했다.
고객을 우선하고, 고객 입장에 섰다면 이같은 졸속행정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우리은행은 IMF 금융위기와 2000년대말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가장 많은 공적자금(12조7000여억원)이 투입된 은행이다. 하지만 여전히 갚아야할 공적자금이 7조원이 넘는다. 민영화를 통해 공적자금 회수를 꾀하고 있지만 당면 과제가 만만찮다.
국민의 혈세로 경영정상화를 시켰지만 조직내 절박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순우 행장이 취임한 직후인 2011년 6월 재무건전성 척도인 기업대출 연체율이 0.98%에서 1년만에 6월 1.71%로 높아졌다. 지난 7월 모 직원의 고객돈 31억 횡령 등 크고 작은 사고는 개인적인 문제로 친다 해도 기강해이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금융당국은 금융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은행에 연말까지 부실채권을 처리할 것을 명령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목표치를 채우려면 4조5000억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정리해야한다. 은행 '빅3' 중 우리은행 부실채권 비율이 1.87%로 제일 많다. 이어 국민은행 1.75%, 신한은행 1.27% 등이다. 경기침체와 불황 탓으로 돌리기엔 경영 마인드가 너무 허술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미 월급 등에 대해선 마음을 비운지 오래다. 사무실은 난방을 최소화해 춥고, 조명도 어둡게 해 절전하고 있다"며 공적자금 투입 은행의 고충을 항변했다.
하지만 각 은행이 금감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은행 일반 직원의 1인당 연봉은 신한 6300만 원, 국민 6200만 원, 우리 6200만 원, 하나 5500만 원 등이었다. 연봉은 대동소이했다. 오히려 우리은행은 지난헤 임원 연봉을 크게 올렸다. 26.6%로 은행권 가운데 최고 인상률이었다. 우리은행 임원 평균 연봉은 3억4000만원으로 국민은행(4억7500만원), 신한은행(4억2300만원)보다는 적었지만 공적자금 투입 은행으로 과연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