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극 장신구의 아름다움을 세계로 전파하는 20대의 디자이너

기사입력 2014-06-23 16:46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졌던 사극의 장신구가 어느 순간부터 젊은 세대는 물론 외국에서까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한국 역대 사극 중에 장신구가 가장 아름다웠던 드라마를 꼽으라면 아마도 MBC '선덕여왕'과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손꼽을 수 있지 않을까. 이전까지 사극에서 한복에 비해 장신구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 사실이었으나 첼로와 의상을 전공한 서울대학교 출신의 두 모녀가 한국의 고전 장신구들을 새롭게 해석하여 세계로 한국의 미를 전파하고 있다.

'미실(고현정 분)'은 귀걸이도 연기한다.'는 말을 낳으며 화려한 사극 장신구의 시작을 알린 MBC '선덕여왕'의 장신구를 디자인한 MK주얼리 김민휘 대표의 딸인 민휘아트주얼리의 정재인 대표는 사극 장신구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예쁜 사극 장신구의 열풍을 이끈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장신구를 디자인하였다.

KBS '조선 총잡이'가 민휘아트주얼리의 후속작이라기에 또 어떤 장신구들로 화면을 채색할지 기대했는데 공개된 조선 총잡이의 스틸컷 속의 장신구들은 단 한 장만으로도 그 기대감을 넘어서기에 충분했다.

Q. 조선 총잡이를 후속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A 조선총잡이는 조선 개화기라는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 장옥정 스타일의 한복 장신구와 감격시대 스타일의 양장 장신구를 모두 선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신문물과 신지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던 때라 큰 제약 없이 기존에 보여 지지 않았던 새로운 스타일을 디자인해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요. 기본적으로 제가 선택했다기 보단 '감격시대' 진행 도중에 '조선총잡이' 담당 의상 디자인 감독님께서 전화를 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감격시대 팀에서 소개하신 줄 알았는데 민휘아트주얼리에서 감격시대를 하는지 모르셨대요. '장옥정, 사랑에 살다' 장신구들이 너무 예뻐서 연락했다고 하셨는데 첫미팅 때 모든 캐릭터마다 민휘아트주얼리의 장신구들을 합성한 의상 시안을 가져오셔서는 '의상이 민휘아트주얼리들로 완성되니 꼭 함께 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정말 감동받았어요. 처음에 오셨을 때만 해도 배우 분들도 미정이었고, '공주의 남자' 스태프들 주축으로 그림을 완성해나갈 것이라는 얘기만 들었었는데 진행되면서 신기하게도 이전에 저희와 작품을 같이 했던 분들이 조선총잡이 팀으로 다 모였어요. 이준기씨, 남상미씨, 유오성씨 모두 전에 작품을 같이 했었던 배우 분들이고 의상진행팀, 분장미용팀, 소품팀 등 미술팀도 감격시대 팀에서 많이 모이셨고 현장에 가서 보니 감격시대 스태프 분들이 더 많았어요. 제가 사람 얼굴을 잘 기억 못해서 어디서 본 것 같다고만 생각하고 선뜻 인사를 못했는데 감사하게도 감격시대 장신구 디자이너 아니냐고 하시면서 먼저 알아봐들 주셨어요. 작품이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이 작품에 민휘아트주얼리가 참여할 수밖에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이 있는데 조선총잡이는 그런 면에서 특별한 느낌이에요

Q. 전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으면 든든한 면이 있겠다.

A 장신구는 의논해야 하는 팀이 많은데 서로 일하는 스타일을 알고 있으니까 편한 점이 있어요. 저는 한 작품을 맡아서 하면 최대한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어 하는데 그런 디자이너로서의 욕심을 알아주시니까 계속해서 아이디어도 주시고 제가 추가로 참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제안도 많이 해주세요. 포스터 촬영 전 날 '현장에 올 때 감격시대에 사용했던 느낌의 깃털 장식들도 같이 가져와줄 수 있나.'라는 연락을 받아 여분으로 챙겨갔었는데 깃털 장식이 결국 포스터 컷에 쓰였어요. 감격시대 때 같이 일하지 않았던 분들이었다면 민휘아트주얼리에 깃털 장식들이 있는지 몰랐을 텐데 전 작품을 통해 저희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있으시니까 적재적소에 잘 활용해주신 것 같아 좋았어요.


Q. 한복에 깃털이라. 잘 상상이 가지 않는데 포스터 촬영은 어떻게 했는지?

A 저도 아직 못 보긴 했지만 잘 나올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행복한 순간들의 연속이었어요. 저는 장신구를 촬영 컨셉마다 바꾸고 싶어서 장신구 여분을 많이 준비해갔는데 현장 상황 상 의상을 단벌로 갔어요. 근데 스태프 분들께서 의상이 단벌이니 장신구 디테일에 변화가 있는 것이 더 좋다고 하셔서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장신구를 연출해서 촬영했어요. 배우 분들께서도 장신구에 많이 신경써주셔서 감사했는데 특히 이준기씨 덕분에 정말 행복했어요. 포스터 촬영이 월요일 아침이었는데 토요일 오후에 이준기씨 넥타이 장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래서 월요일 아침까지 잠도 못자고 계속 작업하다가 바로 현장으로 갔는데 제가 넥타이 장식을 처음 디자인해본 것이라 긴장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이준기씨께서 넥타이를 보시더니 '전 이 장식만 보이네요.'라고 말씀하시는거에요. 며칠간 쌓여있던 피로가 그 한 마디에 다 날아갔어요. 하하. 그리고 윤강용으로 리볼버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반지를 준비해갔었거든요. 근데 옆에 계신 분께서 포스터 촬영 시안에는 반지가 없다며 촬영 때 반지는 빼도 된다고 하셨는데 이준기씨께서 본드로 붙여서 반지 못 뺀다며 흔쾌히 착용해주시는데 정말 감사했어요.

Q. 이준기씨가 장신구를 마음에 들어했나보다.

A 장신구가 마음에 들어서라기보다는 저를 배려해주셔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아요. 그 넥타이를 하기 전에도 스카프 형태의 타이를 하나 더 피팅 했었는데 제가 시안으로 받지 못했던 얇은 소재의 넥타이라 제가 디자인해간 넥타이 핀이 안 들어가는거에요. 그래서 속상해했는데 이준기씨께서 보시더니 양면테이프라도 붙여서 가자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고마웠어요. 저는 장신구 디자이너니까 어떻게든 장신구가 잘 비춰져야 좋은데 그런 마음까지 헤아려주신 것 같았어요. 다시 생각하니 또 한 번 감사하네요.(웃음) 이준기씨는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분들께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좋은 분이세요. 다른 분들도 이준기씨 같은 분은 처음 봤다며 좋은 말씀만 하세요. 저도 이제까지 좋은 배우 분들과 일해서 항상 즐겁게 일했지만 이준기씨처럼 반지에 본드 붙였다고 하고 빼지 않겠다고 한다던가, 이 장신구만 보인다던가, 양면 테이프라도 붙여서 하자, 처음 만남에 이렇게까지 말씀해주신 분은 없었거든요. 세세한 부분까지 마음 써 주시는 것이 감동이었어요. 이렇게 저희 장신구에 호의적인 배우 분을 만나면 정말 열심히 하고 싶어져요. 그래서 그 날 결정했는데 원래는 제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이준기씨 아이템이 있어요. 근데 그 아이템이 예쁜 것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해서 제가 새로 디자인해보겠다고 했어요.

Q. 조선총잡이의 다른 배우 분들은 어떤지?

A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전지현 분) 아역 역할을 한 이화(김현수 분)가 조선 총잡이에 나와요. 별그대 때 작은 머리꽂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상복을 입는 설정이라 수정죽절비녀만 착용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다시 만나서 그 나이 때에 맞는 작은 머리꽂이나 노리개를 디자인해서 더 신경 쓰고 있어요. 유오성씨는 감격시대 작가님들을 아신다면서 저보고 감격시대 장신구 디자인하지 않았냐고 먼저 인사 주셨는데 감격시대는 제게 특별했던 작품이라 더 반가웠어요. 전혜빈씨는 볼 때마다 장신구 너무 예쁘다고 인사해주시는데 밝고 상냥한 분 같아요. 한주완씨도 반지 없으면 NG아니냐며 늘 친절하고 편하게 대해주세요. 남상미씨는 첫 피팅부터 하동 촬영장에서까지 가장 많이 만난 분인데 얼굴만큼 마음도 예쁘신 분이에요. 오히려 제가 제안사항 있으면 말 좀 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너무 다 좋다고만 하세요. 제가 남상미씨 장신구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그 마음을 다 알아주셔서 감사하게 작업하고 있어요. 이번에 좋은 배우 분들하고 일하게 돼서 행복해요. 제게는 다 언니, 오빠들이고 앞으로 민휘아트주얼리의 뮤즈가 될 분들이신데 제가 열심히 잘해야겠다고 생각해요.

Q. 하동이라니 너무 멀다. 디자인을 하면서 촬영장에도 직접 가는 것인가?

A 장신구가 중요한 날에는 가보려고 해요. 하동 촬영은 남상미씨께서 그 날 옷을 다섯 벌 갈아입는 스케줄이어서 장신구 피팅을 보려고 갔었어요. 남상미씨 장신구들은 머리장식과 반지에도 신경을 썼지만 특히 노리개를 이때까지 아무도 디자인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로 디자인을 해서 걱정이 있었거든요. 근데 다행히 현장에서 다들 예쁘다고 하셔서 한시름 놓았어요. 남상미씨께서 정말 섬세한 분이라고 느꼈던 것이 제가 작은 목소리로 방향 바꿨으면 좋겠다고 하면 그걸 다 캐치하시고 장신구 방향 바꿔야 되냐고 되물어봐 주셨어요. 그리고 본 촬영 때 반지를 낀 손으로 노리개를 잡고 스타트를 하시는거에요. 의상팀 분께서 옆에서 보시더니 '반지와 노리개 콤보라니, 센스 있네.'라고 하셨어요.(웃음) 촬영 내내 장신구에 신경 써주시는 것이 느껴져서 끝나고 감사하다고 인사드렸더니 '이 정도야 해드려야죠.'라며 웃으시는데 남상미씨가 천사같이 느껴졌어요. 신기한 것이 그 이후로 남상미씨를 볼 때마다 뭔가 특별한 마음이 들어요. 그리고 남상미씨는 정말 다르다고 느꼈던 것이 하동 촬영이 전혜빈씨께서 촬영하기 전이었는데 '전혜빈씨 장신구도 제 장신구만큼 예쁘게 디자인 부탁드려요.'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보통 여자 배우 분들 중에 그렇게 말씀 하시는 분이 없거든요. 제가 그 다음에는 따로 안 가봤지만 현장에 계신 분들이 남상미씨께서 장신구에 신경을 많이 써서 화면에 잘 나오고 있다고 계속 얘기를 전해주시는데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사실 남상미씨께서 워낙 예쁘셔서 어떤 장신구를 해도 다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전에 '빛과 그림자'를 같이 했을 때에도 굉장히 다양한 형태의 장신구들을 예쁘게 소화해내셨던 기억이 있어요.

Q. 그러면 남상미씨와는 '빛과 그림자' 이후 두 번째 호흡인가?

A 그렇기는 한데 제가 장옥정 이전에는 지금처럼 현장에 가보지 않았고 방송국 미술팀과 디자인에 대해 의논만 했어요. 이번에 같이 하는 분들 중에 남상미씨 외에도 유오성씨, 이준기씨와도 전에 같이 작품을 했었는데 MBC '김수로' 때 어머니께서 장신구 디자인에 참여하셨고 MBC '아랑사또전' 때 제가 장신구 디자인에 참여했었어요. 아랑사또전도 신민아씨가 귀신으로 나오고 유승호씨가 옥황상제로 나오면서 천상과 지상이 나뉘어 설정된 것이나 캐릭터들이 다 특이해서 재밌게 디자인하고 열심히는 했었는데 지금처럼은 신경 못썼어요. 이런 것들이 너무 아쉬워요. 돌이켜보면 예전에도 좋은 작품의 디자인에 많이 참여했었는데 아무래도 그 때는 학교 다니면서 어머니를 도와드리는 수준으로 해서 그런지 지금처럼 일에 애착을 갖지는 못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예전에는 방송 일에 크게 관심이 없기도 했고, 어쩌다 TV를 틀더라도 어머니나 제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어디서든 많이 나오니까 그런 것들에 대한 감흥이 없었는데 장옥정 때부터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어요. 일이 진심으로 좋아졌고, 제가 책임져야 하는 회사 식구들도 생겼고, 무엇보다 저는 어머니 이름으로 브랜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잘못하면 어머니의 명성에 흠집이 날까봐 작은 부분에도 신경 써서 열심히 하게 돼요. 그만큼 또 한 작품, 한 작품 애착을 갖고 하니까 장옥정 이후에 참여한 작품들은 아직까지도 작품에 관련된 사소한 에피소드들까지도 다 어제 일처럼 생각나요.

Q. 조선 총잡이 1차 티저가 공개됐다.

A 멋있죠. 저는 계속 돌려봤어요. 촬영 내내 많은 분들께서 '이준기씨는 정말 멋진 배우네요.'라며 감탄 하셨어요. 이준기씨께서 반지가 잘 보이게 방아쇠 당기는 손가락에 반지를 낀다고 하셨는데 이준기씨 말처럼 그 부분이 클로즈업 돼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웃음) 콘티상 다른 장신구가 클로즈업 되는 부분이 있어서 반지까지 클로즈업 될 줄 몰랐거든요. 원래 그 반지에 백절불굴이라고 '수없이 꺾여도 결코 뜻을 굽히지 않음.'이라는 뜻의 사자성어가 전서로 새겨져있어요. 현장에서 반지가 윤강 캐릭터와도 맞고 예쁘다며 좋아해주셨고 카메라감독님께서도 반지에 포커스를 맞춰서 촬영해주셨는데 워낙 시간도 늦었고 날씨도 안 좋을 때 촬영해서 그랬는지 문양이 화면에 안 드러나서 조금 아쉽기는 했어요.

Q. 조선 총잡이 후속작은 결정된 것이 있는지?

A 조선 총잡이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후속작을 얘기하기에는 이른 것 같지만(웃음) 아마 최근에 얘기를 하고 있는 MBC '야경꾼일지', SBS '비밀의 문', 영화 '사도', '조선명탐정: 놉의 딸', tvN '삼총사' 중에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중국 CCTV에서도 중국 전통 사극에 함께하자고 제안해주셔서 얘기 중이에요. 마음 같아서는 다 하고 싶지만 현대극은 동시에 여러 개를 맡아서 해도 안 힘든데 사극은 동시에 여러 개를 진행하는 것이 좀 힘들어서요. 생각은 이렇지만 워낙 일 욕심이 많아서 다 할 수도 있어요.(웃음) 힘들더라도 맡아서 하게 되면 '민휘아트주얼리와 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시도록 최선을 다해서 잘해낼 것이에요. 일단은 지금 진행하는 작품들을 잘해내는 것이 최우선이에요. 조선 총잡이와 상의원에 신경 써야 하고 '협녀 : 칼의 기억'도 촬영은 끝났지만 이병헌씨와 전도연씨 외국 스케줄 때문에 포스터 촬영이 6월 중으로 미뤄져서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마무리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Q. 검토 중인 작품들도 배경이 조선시대이고 주로 조선시대 작품을 많이 맡아서 하는 것 같다. 앞으로 특별히 해보고 싶은 사극이 있다면?

A 어떻게 일이 그렇게 되네요. 어렸을 때부터 조선시대 사람 같다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제가 진짜 조선시대 사람이었나봐요.(웃음) 조선시대의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드라마(장옥정, 사랑에 살다)와 영화(상의원)를 해봤는데 조선시대 아니면 그 이전 시대의 장신구 디자이너를 소재로 한 작품을 하고 싶어요. 고전 장신구들을 공부하다보면 뛰어난 세공 기술과 혁신적인 디자인의 작품들을 많이 찾아볼 수가 있거든요. 어머니께서 신라시대 유물을 모티브로 개발한 장신구로 이태리 골드대회에서 1등상을 수상한 적이 있을 정도로 삼국시대 장신구에 있어서 권위자세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 어깨너머로 삼국시대 장신구를 많이 보고 자라서 그런지 그 시대의 장신구에 대한 동경심도 많이 갖고 있어요.

Q. '장옥정, 사랑에 살다' 이후 1년이 지났고 많은 것을 이뤄냈는데 지난 1년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계획은?

A 한 작품을 맡아서 하는 동안에는 모든 것을 걸고 하기 때문에 한 작품 끝낼 때마다 한 단계씩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것들이 하나둘씩 쌓이면서 1년 전에 비해서 디자인의 폭도 커지고 전체적으로 작품의 수준이 높아졌어요. 매 작품 맡아서 할 때마다 좋은 평가를 받았고 작품마다 애착을 갖고 열심히 했기 때문에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작품은 없어요. 다시 보기로 보면 못한 것만 보여서 속상해져 잘 안 보게 돼요. 하지만 장옥정과 감격시대는 지금 생각해도 마음 벅차게 소중한 작품들이에요. 장옥정을 끝내고 '장옥정처럼 전체를 맡아서 하는 작품, 민휘아트주얼리만의 디자인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작품 딱 10개만 무소의 뿔처럼 가보자.'라고 다짐했었는데 다들 말렸었어요. 장옥정을 힘들게 했고 장옥정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니 참여한 작품을 활용하면서 가야지 그렇게 계획도 없이 무작정 10개나 하려고 하면 금방 지치고, 한다고 하더라도 10년 이상 걸린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근데 장옥정, 감격시대, 협녀, 상의원, 조선 총잡이까지 5개의 사극을 통째로 맡아서 해내는데 1년 걸렸어요. 만약에 지금 제안 받은 작품들까지 다 해낸다면 올해 안에 10개가 채워지는데, 10 작품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요.

Q. 10개 이후에는 작품 활동을 안 하겠다는 뜻인지?

A 그런 뜻은 아니에요. 일을 정말 좋아하니까 좋은 작품들에 계속해서 참여하고 싶어요. 10개 이후에 작품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10개까지는 무조건 열심히, 앞뒤 보지 않고 해내고 싶다는 것이에요. 장옥정을 끝내고 일이 정말 재밌고 좋다는 생각과 동시에 일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고,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족한 점이 스스로 계속 느껴지니까 많은 작품 활동을 통해서 그 부족함을 채우고 싶더라고요. 어떤 계획이나 목표도 없이 그저 공부한다 생각하고 공부량을 작품 10개로 잡았어요. 정말 무모하죠.(웃음) 아직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 작품을 끝낼 때마다 확실히 발전하고 있어요. 10개를 해내고 나면 분명히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 것 같아요. 최대한 빨리 10작품을 만나고 싶지만 하나하나 잘해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인연이 닿는 작품들을 하나하나 성실하게 해나가려고 해요.

Q. 지금까지 작품들을 통해 보여줬던 색깔이 다 달랐던 것 같다. 10개의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은?

A 작품이 주는 메시지도 좋고 장신구적으로도 부각이 되는 작품들에 참여하고 싶어요. 그리고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보다는 다른 스타일의 작품들을 통해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어요. 한 작품을 하고 호평을 받았다고 해서 거기에 안주하고 싶지 않고 한 작품을 통해 디자인적으로 크게 각인이 됐다면 또 다른 작품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의 디자인을 선보여서 다양한 디자인을 모두 잘 해내고 싶어요. 같은 디자인을 계속 선보이고 싶지 않아서 새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그 작품에 맞는 또 다른 디자인을 시작하고 작품에 충실 하는데 매번 처음 하는 것처럼 신나요. 요즘 작업하고 있는 조선총잡이나 상의원의 경우, 장신구적으로 보여 지는 부분들이 커서 그 드라마와 영화만을 위해서 한 디자인들이 많아요. 특히 상의원은 디자이너 영화라 과감한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영화 상 디자인적으로 크게 보여 지는 장면을 요새 촬영하고 있어요. 감독님께서 촬영 이틀 전에 컨셉을 바꾸셨는데 저도 그 장면에 대해 욕심이 나니까 아무리 이틀 밖에 없어도 그 바뀐 컨셉에 맞게 잘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장신구를 새로운 형태로 하루 만에 제작을 했는데 화면에 정말 예쁘게 나왔고 최고의 선물이라는 칭찬을 들었어요. 감독님께 이틀 동안 잠도 못자고 고생 했으니 장신구 클로즈업을 잘 잡아주셔야 된다고 말씀 드렸는데 다음 날 카메라 감독님께서 장신구가 얼마나 귀한 것이기에 감독님께서 클로즈업 얘기를 그렇게 하시는 거냐고 하셨어요.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인사드렸더니 감독님께서 '장신구들이 진짜 너무 예뻐서 계속 잡았어요.'라고 답하셨어요.(웃음) 현장에서 가편집본을 봤는데 장신구의 앞, 뒤, 옆이 다 클로즈업으로 잘 잡혔더라고요. 장면 상 장신구들을 일반적인 크기보다 크게 만들어서 무거웠을 것 같은데 박신혜씨와 이유비씨께서 장신구를 예쁘게 소화해준 덕분에 장면이 잘 완성된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분들과 함께 하는 작품이니 꼭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어요.

Q. 현대극 작업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장신구 디자이너로서의 사극 작업은 어떤지?

A 사극은 현대극에 비해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요. 특히 퓨전사극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어떤 기준점에 부합해야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색감과 소재 등 디자인적으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볼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사극, 시대극은 현대극보다 극 전체를 맡아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참여 폭이 커서 한 작품을 끝내고 나면 제 자신도 성장하는 느낌이고 작품적인 퀄리티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보여서 보람을 많이 느껴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극 작업에 있어서 장신구 부분이 아직 체계화되지 않았다는 것이에요. 일반적으로 한복 장신구 디자이너가 따로 있다는 것을 잘 모르시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장신구는 현대적인 평상복보다 한복에서 그 역할을 더 많이 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한복에는 장신구가 꼭 필요한데 말이에요. 한복 디자이너 분들 중에 한복 장신구를 같이 개발하는 분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복을 전문으로 하는 시각에서 만드는 장신구와 장신구를 전문으로 하는 시각에서 만드는 한복 장신구는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달라요. 경쟁의 개념이 아니라 각각의 분야를 존중하고 협력하여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제가 의상팀장님과 분장팀장님들 만나서 여쭤보면 장신구가 의상이나 분장미용처럼 한 분야로 들어와 있는 것이 원래는 맞는데 아직까지 자리가 안 잡혀 있다고 말씀들을 하시더라고요. 이때까지 장신구는 협찬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 저처럼 작품마다 작품에 맞게 새롭게 디자인을 해내는 사람이 없었고, 이런 체계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없었대요. 앞으로 제가 디자인 외적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어깨가 무거워졌었어요. 저는 스타트를 조금 다르게 할 수 있었던 것이 장옥정 관계자분들께서 의상과 장신구를 처음부터 동등한 비중으로 일을 진행시켜주셨어요. 제작사에서도 다음 회 차에 어떤 새로운 장신구가 나올까 기대돼서 드라마 챙겨본다고 하실 정도로 장신구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어요. 드라마 자체에 장신구 클로즈업씬이 유난히 많기도 해서 감독님이나 카메라감독님께서 자주 와서 장신구 좀 봐주라는 말씀을 계속 하시니까 저도 현장에서 장신구 부분을 보는 것이 자연스러웠고요. 아무래도 장신구에 있어서만큼은 현장의 어떤 분보다도 잘 아니까 제가 현장 가서 보면 달라지는 부분들이 확실히 있거든요. 그렇게까지 해서 장옥정 장신구가 기존의 것과는 달랐다는 평가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것이 또 해외로 퍼져서 결과적으로 한국적인 장신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게 됐다니 정말 기쁘고 뿌듯해요. 저는 그렇게 좋은 작품으로 좋은 분들과 함께 시작을 해서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다른 장신구 디자이너 분들을 만나게 되면서 아직까지 사극에서 장신구 분야가 자리 잡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다행히 민휘아트주얼리는 좋은 작품들을 통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으니까 많은 분들께서 알아주시지만 전체적으로는 한복 장신구 디자이너들의 입지가 좁아서 현실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하지만 조금씩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 같기는 해요. 같이 작품 하는 배우 분들이나 스태프 분들께서 저를 보면 첫 마디가 '장신구 예뻐요.'에요. 예전에 장신구 디자이너 분들께서는 '한복도 하시는 거죠?'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단시간에 바뀔 수는 없겠죠. 그런 사소한 것들부터 시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한복 장신구가 사랑을 많이 받아서 한복 장신구 분야가 더 발전하게 되면 좋겠어요.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